신태용호엔 ‘포항 유스팀 듀오’ ‘막내 원톱’도 있다

입력 2017-05-24 00:05
신태용호의 '막내' 조영욱이 지난 20일 전북 전주의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기니와의 경기에서 오른발 슛을 날리고 있다. 위 작은 사진은 포항 스틸러스의 '유스팀 듀오' 이진현(왼쪽)과 이승모가 지난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뉴시스
‘신태용호’엔 두 쌍의 듀오가 있다. 백승호(20·바르셀로나 B)와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로 이뤄진 ‘바르셀로나 듀오’는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진현(20·성균관대)과 이승모(19·포항 스틸러스) 조합은 다소 생소하다. 둘은 포항제철중, 포항제철고를 나란히 거친 ‘포항 유스팀 듀오’다. 이진현이 이승모에 1년 선배다. 하지만 둘은 서로 “친구 같은 선후배”라고 말한다.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둘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 전 “둘은 (중·교교 시절) 거의 6년 동안 같은 팀에서 뛰었다”며 “미드필더인 둘이 대표팀에서 의기투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올해 포항에 입단한 이승모는 소속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지만 U-20 대표팀에선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누구보다 이승모를 잘 아는 이진현은 “승모는 신체조건(185㎝·70㎏)이 좋고, 축구 지능이 높다”며 “장신이면서 기본기가 좋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고 평가했다.

이승모는 팔방미인이다. 2011년 포항제철중에 입학한 이승모는 1학년 때 공격수를 맡았지만 경쟁에서 밀려 수비수로 전향했다. 1년 후 중앙 수비수로 자리를 옮겼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최진철 전 감독을 만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잡았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이승모에 대해 “파워와 성인무대 경험을 쌓으면 한국의 야야 투레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진현은 신태용호의 ‘신데렐라’로 통한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졸업할 때쯤 상비군에 소집된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안익수 감독에게 발탁돼 2015년 1월 러시아에서 열린 발렌틴 그라나트킨 U-18 친선대회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연령별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잊혀져 가던 이진현은 지난 2월 통영에서 열린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현장을 찾은 신태용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지난 3월 열린 아디다스컵 U-20 4개국 축구대회를 통해 대표팀에 복귀한 이진현은 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온두라스전에서 세트피스로만 도움 2개를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친 것이다. 이진현은 탈압박과 볼 배급에 능하다. 키가 173㎝로 작은 편이지만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가장 큰 장점은 왼발잡이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에서 철저히 자신을 내려놓는 이타적인 자세로 팀내 신뢰가 높다. 그는 “팀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골 욕심이 있지만 팀이 이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하곤 한다.

이진현과 달리 노골적으로 골 욕심을 드러내는 선수가 있다. 바로 ‘막내’ 조영욱(18·고려대)이다. ‘신태용호’의 원톱인 조영욱은 이승우, 백승호와 함께 공격 삼각편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조영욱이 최전방에서 포스트 마당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승우와 백승호는 좀 더 수월하게 공격을 풀어 나간다.

조영욱은 기니전에서 짜릿한 골 맛을 봤다. 전반 45분 이승우의 패스를 받아 그물을 흔든 것이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을 통해 이승우의 패스가 라인을 살짝 넘은 사실이 드러나 골이 취소됐다. 조영욱은 “골 세리머니까지 했는데 골이 무효가 돼 머쓱했다”며 “VAR이 야속했다. 골이 눈에 아른거려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경기에서 골을 터뜨려 제대로 골 세리머니를 해 보고 싶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유럽 진출이라는 꿈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전주=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