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E조 조별리그 베트남과 뉴질랜드의 경기는 만화 캐릭터 ‘톰과 제리’의 대결 같았다. 뉴질랜드 선수들의 평균 신장은 180㎝ 중반이었다. 덩치도 우람했다. 반면 베트남 선수들은 체구가 왜소했고, 키도 뉴질랜드 선수들보다 평균 머리 하나가 더 작았다. 베트남 골키퍼 티엔 둥의 키는 168㎝에 불과했다. 미드필더 민 디 호는 159㎝밖에 되지 않았다. 뉴질랜드는 예상대로 높이와 힘으로 밀어붙였다. U-20 월드컵 본선에 처음 출전한 베트남은 한 발 더 뛰는 성실함과 기술, 투지로 맞서 0대 0으로 비기며 소중한 월드컵 첫 승점(1점)을 챙겼다.
뉴질랜드는 2015년 자국에서 개최한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다크호스다. 이런 뉴질랜드를 상대로 펼쳐 보인 베트남의 실력은 우연이 아니다. 세계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축구 약소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베트남은 성인 대표팀보다 유소년 대표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부동산 기업인 빈그룹이 후원하는 PVF(베트남유소년축구기금)는 베트남 유소년 축구의 젖줄 구실을 한다. PVF는 19세 이하 선수들을 육성하는데, 이번 대회 대표팀에서 하 득 칭 등 6명이 PVF 출신이다. PVF는 2014년 K리그 챌린지 부산 아이파크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부산 유스팀 관계자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14년부터 겨울엔 우리 팀 산하 U-15, U-18 유스팀이 베트남으로 가고, 여름엔 PVF 팀이 한국에 와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며 “당시 베트남 선수들의 기량이 별로였는데, 최근엔 눈에 보일 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다. PVF 팀의 선수들 중엔 강원 FC에서 뛰고 있는 쯔엉처럼 K리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뉴스’는 이날 “U-20 대표팀이 역사적인 첫 승점을 획득했다”며 “우리 팀은 에너지가 넘쳤고, 경기를 주도하며 많은 득점 기회를 잡아 뉴질랜드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고 낭보를 전했다.
전주=김태현 기자
[U-20 월드컵] 사상 첫 승점… 베트남, 한 발 더 뛰어서 챙겼다
입력 2017-05-24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