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제는 오순절입니다

입력 2017-05-24 00:04

구약의 3대 절기는 유월절 오순절 초막절입니다. 이 세 절기는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이루실 구원사의 이정표를 제시해 줍니다. 유월절은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 오순절은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다락방에 모였던 이들에게 임한 성령강림, 초막절은 오순절 성령강림 후 믿는 이들이 어디든 모여서 예배하며 교제하는 공동체의 성령 충만한 삶을 나타냅니다.

지금까지 대다수 교회에서는 사순절과 부활절을 강조해 왔습니다. 성도들은 이 두 절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반면 오순절 성령강림절과 초막절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편입니다. 이는 개신교회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전통을 따르면서 생긴 일입니다.

본래 1세기에는 사순절이 40시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이 무덤에 갇힌 40시간과 일치시켜 40시간이 끝나는 오후 3시에 부활절 예배를 드렸습니다. 3세기에는 40시간이 늘어나 6일이 됐고 후에 1년 365일의 10분의 1인 36일로 늘어났다가 8세기 샤를마뉴 대제 때 나흘이 더 첨가돼 40일간의 사순절이 정착됐습니다.

사순절은 사제의 결혼을 금하는 등 금욕주의를 선호하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산물입니다. 사순절에는 결혼예식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사순절과 부활절이 끝나면 연중 상반기의 중요한 절기 일정이 끝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사순절은 성경에 언급된 절기규례와 상관이 없습니다.

저희 교회에서도 사순절이 되면 40일 새벽기도회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동기 목사의 권유로 성령강림절에 맞춰 열흘 동안 저녁집회로 모인 적이 있습니다. 사순절에 40일 기도회를 하는 것보다 성령강림절에 성령 충만을 위한 기도회로 모이는 게 훨씬 더 은혜로웠습니다. 그 뒤로는 사순절 행사를 줄이고 성령강림절을 강조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오순절을 잘 지켜야 합니다. 오순절인 성령강림절을 잘 살리면 초막절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연중 절기의 절정인 초막절은 한국교회가 크게 부흥하던 시절의 여름 산상집회와 평행을 이루지 않을까요. 예수님도 초막절에 예루살렘을 방문하셔서 성령을 예언하시며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올해는 다음 달 4일이 성령강림주일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 오순절에 성령 충만함을 받았던 다락방의 제자들처럼, 우리도 성령강림절에 성령 충만함을 받아 이 땅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풍성하게 임하기를 간구해야겠습니다.

김경인 목사 (서울 열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