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전 세계의 기업 중 95% 이상이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며, 국가별로 편차가 있지만 고용의 60%에서 90%를 중소기업이 담당한다. 한국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 평균보다 크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수는 전체 사업체의 99%에 달하고, 기업 종사자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에 의해 고용된다. 가히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구호를 외칠 수 있을 정도로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처한 현실은 잘 알려진 대로 녹록지 않다.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내수 침체 장기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약화, 기업 간의 과도한 경쟁,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불공정 관행 등 다각적인 차원에서 파악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력난은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높은 고용 비중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영자들이 토로하는 애로사항이다.
청년실업 해결이 심각한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다수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수년간 취업 재수·삼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을 호소한다. 이러한 미스매치는 미래 전망의 불확실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그리고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근무 조건에서 비롯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 인식에 주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인식의 기저에는 중소기업이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낮은 위상 때문에 개인적인 평판자본(reputational capital)을 쌓기가 힘들고 대기업을 상대로 ‘을’의 위치에서 고된 격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청년들의 판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규모의 한계를 돌파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개발 및 시장 확대에 비용을 지출하고 많은 경우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하도급 구조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신규 취업자들에 대한 대우는 일정한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의 고용을 통해 기업들이 겪는 인력난과 청년실업을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틀을 개선해 대·중소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에 정책적인 역점이 두어져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가 근절되고 불공정 관행이 타파될 뿐 아니라 대기업을 상대로 한 ‘교섭력(bargaining power)’과 중소기업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구체화돼야 한다.
기술 개발 및 기술 사업화, 특정 기술을 필요로 하는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거래처 다변화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 현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인력의 언어적, 문화적 역량 배양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돼야 한다. 그리고 이런 실력을 갖춘 기업들이 정당하게 청년들을 대우하고 미래의 꿈과 비전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정부의 정책적 우선순위가 놓여야 한다.
E F 슈마허는 그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경제를 일구어가는 중소기업의 역할에 주목했다. 작은 규모의 기업을 통해 이뤄지는 인간의 얼굴을 한 경영이 인류의 생활양식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 그의 주장은, 중소기업이 이 시대에 갖는 함의와 잠재력을 상기시킨다.
중소기업이 충분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용창출과 질적·양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의 중요한 부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중소기업 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새로 출범한 정부에 기대한다.
이재호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
[경제시평-이재호] 작은 것이 아름답기 위하여
입력 2017-05-23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