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8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앞두고 영국에서 ‘치매세’ 논란이 거세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보수당이 ‘65세 이상 고령자 대상 요양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는 공약을 내놓자 ‘복지공약 후퇴’라는 지적이 나오며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년층으로부터 역풍을 맞고 있다. 현지 일간 가디언은 21일 “메이 총리가 ‘치매세’ 때문에 코너에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가 지난 18일 발표한 총선 공약집 ‘함께 앞으로-더 강한 영국과 번영한 미래’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사회적 돌봄(social care)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소득 평가기준에 주택 가치를 예외 없이 가산하는 안이 담겼다. 현재 정부는 연소득 2만3250파운드(약 3375만원) 이하인 저소득층 노인이 집 또는 외부시설에서 요양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고 있다. 집에서 요양할 경우 소득과 예금만을 평가하는 데 반해 외부 시설에서 요양할 경우 보유 주택의 가치도 반영한다.
이번 개혁안은 평가기준을 일원화했다. 요양 장소에 상관없이 주택 가치도 소득으로 계산해 수급자를 줄이는 대신 수급 기준금액을 10만 파운드(1억4517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제러미 헌트 보건장관은 “노인들이 평생 모은 재산을 요양비로 쓰고 있다. 집을 포함해 10만 파운드까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보호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혁안은 과세 부담의 직격탄을 맞을 젊은층을 의식해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미닉 라압 전 법무장관은 “10년 후엔 75세 이상 인구가 200만명 더 늘어난다. 이는 누군가는 지불해야 할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은 “사회보장 원칙을 포기한 것으로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를 치매세라고 꼬집으면서 “사회보장이 필요한 사람들이 집을 팔아 값을 지불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영국 평균 집값은 21만5847파운드(3억1354만원)로 주택 가치를 소득으로 평가할 경우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인원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공약이 보수당 내 논란에도 불구하고 메이 총리 최측근 닉 티모시 공동비서실장이 밀어붙여 막판에 추가됐다고 보도했다.
선거가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당의 최대 지지층인 노년층의 표심이 흔들리는 양상이다. 이날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은 각각 44%와 35%로 집계됐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1주일 전 18% 포인트에서 9% 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노동당으로선 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호기를 맞았다. 노동당은 여기에 대학등록금 폐지, 고소득자의 소득세 인상 등 복지 확대 기조의 공약을 공격적으로 내놓으며 판세를 흔들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메이 英 총리, ‘치매세’ 역풍 맞나
입력 2017-05-23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