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실전 배치에도 ‘남북관계 유연화’ 입장을 밝힌 것은 제재·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햇볕정책과 대북 포용정책의 발전적 계승을 자처한 만큼 남북관계 복원을 지렛대 삼아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정책 기조와 관련해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 제공자를 북한으로 분명히 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던 박근혜정부와는 달리 남북 교류를 보다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대북 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를 언급함에 따라 북한 영·유아 영양 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지원의 경우 북한과의 교류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일 전후 대북 접촉을 신청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대북 인도지원 단체들의 지원 사업이 먼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에서 중단됐던 겨레말큰사전 편찬이나 개성 만월대 발굴사업 같은 사회문화 교류 등도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근혜정부도 초기엔 인도적 지원을 일부 허용했지만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이후부터 지원을 유보했다.
북한과의 접촉이 재개되고, 대북 인도적 지원이 늘면 2010년 이명박정부 당시 발표된 ‘5·24조치’ 역시 완화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해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발표된 5·24조치는 외교·국방·통일부 장관 합동으로 발표됐다. 군사·외교·남북 관계를 망라하는 초강경 대응책으로, 이 조치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이던 2015년 9월 “5·24조치로 타격을 입은 것은 북한 경제가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북한과의 협상 국면에서 협상 가능성을 높이고 우리 정부의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개선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북한과 비핵화를 요구하는 한·미 간 입장차를 메우고 대화 공간을 넓히는 데 남북관계가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안보라인 인선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서 앞으로도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회에서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을 만나 “국방 개혁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문제, 한·미동맹 강화 등과 관련해 국가안보실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또 “(사드는) 정치적으로 민감해서 안보실에 TF를 구성해 경위를 파악하겠다”면서 “사드는 하여튼 철저히 재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文정부 ‘對北 유연화’ 배경… ‘제재·압박만으로는 북핵 해결에 한계’ 판단
입력 2017-05-23 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