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인 인사조치로 구성된 법무부·검찰 조직의 새 지휘부가 22일 일제히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검찰 새 지휘부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조직을 추스르고 개혁 작업을 추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오전 8시50분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에 출근하며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직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이들 도와주시길 부탁한다”고 취재진에 말했다. 그는 최순실발 국정농단 사태 추가수사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재조사 착수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청사 현관 앞에는 노승권(52·21기) 1차장검사와 이동열(51·22기) 3차장검사, 이정회(51·23기) 2차장검사 등 중앙지검 핵심 간부들이 나와 신임 지검장을 맞이했다.
윤 지검장은 검사·직원들과의 약식 상견례로 취임식을 대신했다. 잇단 검찰 수뇌부 사퇴로 조직이 어수선하고, 차장검사들이 연수원 선배 혹은 동기들인 점 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직원상견례 자리에서 윤 지검장은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있어서 더욱 정의로워져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은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시기에 중앙지검 구성원들은 서로 격려하고 힘을 합쳐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과 열정을 지원하고 버팀목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윤 지검장은 답변을 피했지만, 윤 지검장 취임 이후 어떤 형식으로든 국정농단 관련 추가 수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청와대가 윤 지검장을 지명하면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재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기본적으로 기업들 한쪽은 정리가 안 된 부분이 있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도 복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씨가 설립을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 중 일부 기업 출연금의 대가성 유무 여부와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추가수사 필요성을 거론한 것이다. 그러나 중앙지검이 국정농단 재수사에 나설 경우 ‘검찰에 수사지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새 정부가 윤 지검장 인사를 통해 사실상 수사에 개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인선이 발표된 이금로(52·20기) 법무부 차관과 봉욱(52·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도 이·취임식을 갖고 새 업무에 돌입했다. 동시에 이창재(52·19기) 전 법무부 차관과 김주현(56·18기) 전 대검 차장은 이날 나란히 이임식을 하고 20년 넘게 봉직한 검찰 조직을 떠났다.
전·현직 검찰 수뇌부들은 검찰을 향해 한목소리로 ‘국민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이 신임 차관은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비판도 경청해 국민 목소리를 법무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례상 취임식을 하지 않은 봉 대검 차장은 검찰 개혁 방향에 대해 “검찰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 전 차관과 김 전 차장도 이임사를 통해 검찰이 국민 신뢰와 공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업무 시작… “檢 비판엔 국민 기대·요구 반영”
입력 2017-05-2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