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적발 아닌 정책결정·집행과정 교훈 확보 목적”

입력 2017-05-23 05:10
대구시 달성군의 낙동강 강정고령보 모습. 4대강 전체 16개 보 가운데 강정고령보 등 6개 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22일 지시에 따라 6월 1일부터 우선적으로 상시 개방된다. 문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 및 후속 대응 조치도 지시했다. 영남일보 제공
이명박정부의 대표적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감사 지시는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상징 사업을 전면 수정 또는 폐기하겠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고강도의 감사원 감사는 물론 필요 시 검찰 수사 가능성도 예고하며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과거 정부에서 이미 세 차례나 감사를 실시한 분야에 대한 추가 감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표적감사’ 논란도 제기돼 상당한 정치적 파장도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감사를 지시한 대상은 표면적으로는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 부분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브리핑에서 “감사는 개인의 위법·탈법 행위를 적발하는 데 주안점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정부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교훈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 정권의 특정 인사를 겨냥해 정치적 공세에 나선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그러면서도 김 수석은 “감사 과정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발견될 경우 상응하는 후속 조치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 등 4대강 사업의 주역들에 대한 수사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김 수석은 전 정권에서 이미 세 차례 감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에 “감사 자체를 불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차례는 이명박정부 때 이뤄져 충분하지 못하다고 국민이 판단하고 있고, 박근혜정부 감사는 건설사 담합 등에 집중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과거 세 차례 감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감사 초점과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나 논란이 됐다. 이명박정부 당시인 2011년 1월 감사원은 4대강 사업 계획 수립과 절차 등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1월 두 번째 감사에서는 보(堡) 등 시설물 기능의 내구성이 부족하고 수질 관리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은 감사 결과를 정면 반박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7월 감사에서 감사원은 이명박정부가 사실상 담합을 방조하고 공사비용 증가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을 유발했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박근혜정부에서 이뤄진 감사 역시 건설사 담합 등 일부 항목 외에는 4대강 사업 결과에만 주목했다고 보고 있다.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을 감사 대상으로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감사 기한과 관련해 “수문 개방 이후 모니터링 기간이 1년 필요하고, 만약 필요할 경우 더 연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통령의 정책감사 지시는) 정부 운영 원리나 원칙에 대한 재정립과 확인 차원”이라며 “22조원이나 되는 사업을 그렇게 (졸속으로) 추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판단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감사원은 감사 범위, 방법, 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청와대는 여세를 몰아 물 관리 업무와 관련해 지시한 정부조직 개편도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은 이달 말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통과한 뒤 최종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아울러 4대강에 설치된 보의 수문 개방과 관련해 4대강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을 구성해 전체 16개 보의 생태계 변화, 수질, 수량 상태 등을 관찰 및 평가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은) 수문 개방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과학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게 주 목적”이라며 “과거와 같이 4대강 사업을 왜 했느냐, 4대강 사업이 옳으냐 등을 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결과를 토대로 내년 말까지 16개 보의 철거, 재자연화 등 처리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