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주도 성장] 소득 주도 성장 왜?… 기업 성장해도 개인 소득은 안 늘어

입력 2017-05-23 05:03

‘분수효과’로 불리는 소득 주도 성장론이 힘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신화처럼 여겨져 온 낙수효과, 즉 ‘기업 중심 성장의 혜택이 국민에게 분배될 것’이라는 믿음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 속에 임금인상률이 정체되면서 개인의 소득수준이 높아질 기회가 사라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런 가운데 취업난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 고령화로 일자리를 잃은 노년층 등 새로운 빈곤층이 늘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대·중소기업 등 일자리 내 임금격차가 큰 이중구조도 양극화의 큰 요인으로 꼽힌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5분위(상위 20%)의 소득은 1년 전보다 2.1% 늘어난 반면 1분위(하위 20%)의 소득은 5.6% 감소했다. 그런데 이는 도시가구, 2인 가구만을 분석한 것이다. 노인 인구가 많은 농촌 가구와 통계에 잡히지 않는 1인 가구 등을 포함하면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 도시·농촌가구를 포함해 상위 20%(5분위) 소득을 하위 20%(1분위)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을 보면 2006년 6.65배였던 것이 2015년 8.24배까지 높아졌다.

근본 원인은 임금 인상을 통한 가계 소득 증가가 어려워진 데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 세계적인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강해졌고, 수출 주도인 국내 대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빠르게 줄였다. 투자와 고용 감소는 가계소득의 근간인 임금 인상률 정체로 이어졌다. 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이 증가하지 않으면, 일부 대기업과 자산을 가진 고소득층의 부만 축적되는 현상이 생긴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의 ‘가계소득 및 지출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은 월평균 294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 증가하는 데 그쳐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가계 월평균 실질소득은 2009년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보고서는 “기업의 영업이익이 가계 임금소득, 배당소득, 투자소득 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기업저축률만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더욱이 고령화로 급격히 늘어나는 노인층의 빈곤화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 빈곤층 증가도 문제로 지목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인 청년(19∼34) 가구 중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20%를 넘는 경우가 47%에 달했다. 고정 비용이 있는 청년층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빈곤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격차도 소득 양극화로 이어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대기업의 63%에 그친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15년 ‘낙수효과’를 전면 부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소득 불균형 확대가 성장과 거시경제 안정에 심각한 충격을 준다”며 “하위계층의 소득을 늘리고 중산층을 유지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글=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