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인수위… 새정부 설계도 그릴 국정기획위 출범

입력 2017-05-22 18:08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홍남기 부위원장(왼쪽), 김태년 부위원장(오른쪽 두 번째), 윤호중 기획분과위원장(오른쪽) 등 위원회 관계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서영희 기자

문재인정부 5년 계획표를 짜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2일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국정기획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대신해 새 정부의 국정목표와 비전을 정립하고, 대선 공약을 나라살림과 우선순위에 맞게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고 “경제·사회 정책 전반에 걸친 국정 패러다임은 대통령이 말한 소득주도 성장”이라며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최고의 복지이고 성장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사회 정책이 따로 만들어져 선후 관계나 상하 관계로 추진되는 게 아니다. 정책적 목표들이 유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성장과 고용, 복지가 함께 가는 골든트라이앵글, 황금삼각형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공직자들이 새로운 정부의 국정철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유하도록 하는 것도 자문위가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일”이라며 “당과 정부, 청와대가 조화와 협력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국정기획위는 기존의 인수위와 달리 정부의 내각과 함께 운영돼 당정청 간 유기적 결합을 이뤄내는 게 핵심이다.

국정기획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201개 공약과 중점 과제를 정리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만들 예정이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제시됐던 5당의 공통공약 중 법제화가 가능한 부분부터 우선 추진키로 했다. 김 위원장은 전체회의 후 “201개 공약사항과 5당이 제시한 공약들을 다 검토시켰다”며 “이를 비교해 가며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작은 규모(small)로 신속(speedy)하게 운영된다. 김 위원장은 “압축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겠다”며 “6월 말까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자문위 차원에서 마련하고, 7월 초 대통령께 보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하루 두 차례 분과별 회의를 열고, 각 분과위원장이 참여하는 운영위도 매일 개최하기로 했다. 전체회의는 주 1회 이상 열기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24일부터 사흘간 분과위별로 정부부처 업무보고도 받을 계획이다.

국정기획위는 국민참여기구(가칭 국민인수위원회)도 별도 구성키로 했다. 새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제안을 받는 소통창구를 개설해 국민이 정권을 인수한다는 정부의 철학을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소통기구는 국정기획위 활동 종료 이후에도 50일간 활동한다는 방침이다. 국정기획위는 위원회에 파견된 공직자와 당직자들에게 보안각서도 받았다. 박광온 대변인은 “과거 인수위 기간에 조율되지 않은 정책들이 경쟁적으로 보도돼 국민들에게 혼선으로 비치고 정부에 부담을 줬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자문위원들이 혹시라도 그럴 리 없겠지만 완장 찬 점령군으로 비쳐서는 공직사회의 적극적 협조를 받기 어렵다”며 “자기희생과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서생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꼼꼼히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상인적 현실감각을 통해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김 위원장, 당연직 부위원장을 맡은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윤호중 기획분과 위원장 등 6개 분과 위원들이 참석했다. 공동 부위원장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미리 잡아둔 강의 일정으로 불참했다.

글=전웅빈 백상진 기자 imung@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