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주도 성장] 어떻게 하면 성공할까… 공공 부문만 집착 말고 민간까지 확산 전략 세워야

입력 2017-05-23 05:01



‘제이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소득주도 성장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확대하는 방식의 내수 중심 성장전략이다. ‘일자리→소득→내수→성장’의 흐름은 논리적으로는 매끄러워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 로드맵으로 들어가면 난제가 수두룩하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성공하려면 공공부문에만 머무르는 일회성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이를 마중물로 민간부문에 확대되도록 구체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풀어야 할 난제들

박근혜정부도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과 함께 ‘가계소득 증대 3종 세트’를 마련하는 등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시도했다. 그러나 ‘지도에 없는 길’로 불렸던 당시 정책은 적극적 재정투입 없이 가계소득 증대에 기여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으로 접근했다 실패했다. 문재인정부는 이와 달리 우선적으로 적극적 재정을 투입해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 증대가 대표적 로드맵으로 81만개의 공공일자리 창출이 있다. 장기적 재정 부담을 논외로 치자면 재정투입을 통해 81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정부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민간 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도 마찬가지다.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644만명 중 공공부문은 12만명에 불과하다.

저소득층 소득증대를 위한 대표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인상도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저소득 가구는 평균소비성향이 중·고소득층보다 높아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 촉진을 통한 내수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정부 혼자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 임금을 지급할 주체인 민간기업 측과 노동자 측과 중립적인 전문위원들이 모여 3자가 결정하는 구조다. 물론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전문위원의 영향으로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인상될 수 있다. 그러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매년 평균 15% 이상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중소기업, 영세사업주 등에게는 폭탄과 같은 여파가 미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 보완 대책 등을 병행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수단은 아직 드러난 것이 없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저소득층 복지 강화를 위해서는 대기업, 고소득층에 세금을 더 걷는 조세 개혁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법인세 인상, 스스로를 ‘서민층’으로 생각하는 대기업 근로자 등을 고소득층으로 분류해 세 부담을 늘리는 정책은 강력한 조세저항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재정만능주의·이분법적 사고 버려야

전문가들은 일자리 문제 해결이 재정투입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22일 “저소득층 소득 증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이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인데 공공부문만으로는 계속 지속될 수 없다”면서 “경제민주화를 통한 중소기업 임금 상승 등 제도나 구조 개혁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권혁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노사정 한 측의 일방적 주도로는 소득주도형 성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노사정 공감대를 통한 세밀한 일자리 창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기업과 비정규직을 무조건 배척 대상으로 삼는 등의 이분법적 문제접근도 지양해야 할 태도로 꼽혔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이상일 뿐”이라며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에게 임금 메리트를 부여하는 등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유도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세정당국 관계자는 “4대 그룹이 재벌개혁 대상으로 꼽히지만 전체 법인세수의 4분의 1가량은 이들 기업이 내고 있다”며 “법인세 인상은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개발연구원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증세에 앞서 향후 세금을 얼마나 더 걷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조민영 신준섭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