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호남’ 딜레마… 文정부 섣불리 공격하단 ‘역풍’, 협력땐 ‘존립’ 위험

입력 2017-05-23 05:01
김동철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를 비롯한 국민의당 의원들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문재인정부가 최근 파격 인사와 잇따른 개혁 정책을 선보이자 국민의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에 각을 세울지, 협력할지 대여(對與) 스탠스를 확실히 정하기가 어려워졌다. 공격에 나설 경우 대선 패배 이후 위기를 맞은 당 내부를 결속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호남 출신 인사를 상당수 중용한 문재인정부를 공격했다가는 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김동철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재인정부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미국 국적, 위장전입 문제를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말했던 5대 비리 관련자 원천 배제 약속을 저버린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이나 미세먼지 대책을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인기 영합주의’라는 취지로 비판하기도 했다. 대선 패배로 최대 위기를 맞은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살려나가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계속 공세 모드로 일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문 대통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 등 호남 출신 인사를 요직에 배치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인사와 검찰 개혁, 4대강 사업 정책감사 등을 언급하며 “박수를 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문재인정부의 인사에 ‘파격적이다’ ‘신선하다’ ‘충격적이다’ 등 찬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국민의당의 시련의 계절이 상당히 길어지겠구나 하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국민의당이 호남 인사를 대거 기용한 문재인정부를 무차별 공격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국민의당은 일단 과거 후보자들이 낙마했던 문제들이 다시 불거질 경우 후보자 임명에 반대한다는 원칙을 세워놓은 상태다.

특히 국민의당은 하락세를 거듭하는 지지율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 지지율은 최근 한 자릿수로 추락하며 창당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호남 지지율 하락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19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국민의당 지지율은 8%였다. 국민의당의 광주·전라 지역 지지율은 5%로, 더불어민주당(71%)에 66% 포인트 뒤져 있었다.

국민의당 당직자는 “문재인정부가 패권정치를 하지 않고 대탕평 등 통합의 정치를 잘 해나간다면 양당 독점정치에 반해 생긴 국민의당의 존립 이유가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장 선임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