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파 대통령 당선됐는데… 트럼프 “이란 고립시키자”

입력 2017-05-22 19:42 수정 2017-05-23 02:16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의 유대교 성지인 '통곡의 벽'을 방문해 키파(유대인 남성이 쓰는 모자)를 쓴 채 묵상하고 있다. 통곡의 벽은 솔로몬 왕이 지은 예루살렘 성전의 서쪽 벽면으로 유대인들의 대표적인 순례지다.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이 장차 세울 독립국가의 수도로 삼겠다고 밝힌 지역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방문에 반발이 예상된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양심적인 국가는 이란을 고립시키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동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담’ 기조연설에서 수니파 지도자 50여명을 상대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일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한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개방 기조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테러전을 ‘선과 악(good and evil)의 싸움’으로 규정한 뒤 시아파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지목했다. 이란을 일컬어 “종파 갈등과 테러를 조장하고 있다”며 “파괴와 혼란을 일으키는 무장단체에 자금, 무기,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이 평화의 동반자가 될 때까지 자각을 가진 모든 국가는 이란을 고립시켜 테러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란 국민이 정의롭고 올바른 정부를 갖는 날까지 기도하자”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이 당선 일성으로 ‘개방’과 ‘탈극단주의’를 강조한 이튿날 이 같은 맹비난을 쏟아부었다. 개혁 성향 중도파인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 “이란 국민은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선택했다”며 “세계는 이제 이란이 폭력과 극단주의에서 멀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한 이란은 이제 막 선거를 치른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반박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은 미국의 외교정책이냐, 아니면 사우디로부터 4800억 달러(약 536조원)를 짜내기 위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