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 몰린 檢 “공수처 불필요” 주장 힘 잃어

입력 2017-05-22 18:50
“사람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문제다.” 서울중앙지검·법무부 수뇌부 감찰과 ‘기수파괴’ 파격인사 이후 검찰에 다가올 일은 근본적인 조직체계 개편 작업일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무르익은 검찰 개혁 분위기 속에서 여러 대선 주자들이 언급했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신설 및 수사권 조정 문제가 표면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공수처 신설과 수사권 조정 모두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이 같은 주장을 개진하기엔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 정책기획과 및 형사정책단은 공수처 신설과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논의를 폭넓게 연구해 왔다. 검찰은 정치권의 법안과 학계의 학설을 분석함은 물론 해외 사례까지 파악하며 변화에 대응하려던 중이었다. 검찰은 수사 대상의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가장 합리적인 수사 체계가 무엇인지 논리를 구성해 왔다.

공수처의 경우 검찰은 세계 선진국에서는 비슷한 부패수사기구를 찾을 수 없으며, 비근한 예를 찾을 수 있는 아시아 각국에서도 기존 검찰에 기소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내용을 강조해 왔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 현행 검찰제도가 가진 문제를 오히려 공수처에까지 확대하지 않겠느냐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실제 공수처는 ‘국회의 검찰’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에는 더욱 단호한 태도를 취해 왔다. 이미 여러 차례의 협상을 통해 경찰이 검찰의 사전수사지휘를 받지 않는 사건이 99.5%에 이르게 돼 경찰의 자율성은 확보됐다는 입장이었다. 수사지휘를 통해 경찰 수사의 오류가 시정되는 사례가 많으며, 이때 수사지휘는 권리라기보다 의무라는 항변마저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이 검찰 고위직들을 강도 높게 조사하기에 이르면서 검찰은 “변화가 불필요하다”는 방어논리를 내세우기에 난처한 상황이 됐다. 수뇌부의 도덕적 타격은 검사를 수사할 수 있는 독립기관으로서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불을 지폈다. 나아가 검찰 내 자정능력에 의구심을 더하고, 수사권 조정이 필요한 때라는 인식까지 힘을 얻는 상황이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