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계에 정규직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발맞춘 행보다. 하지만 생색내기라는 비판과 함께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우선 대상자를 정규직으로 돌리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점 통폐합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이 가장 먼저 정규직 전환을 선언한 점도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기간제 근로자(781명) 중 사무인력 170명의 일부(60∼70명)를 정규직으로 바꿀 예정이다. 씨티은행은 일반사무 전담직원 및 창구직원 300여명을 정규직 행원과 동일한 직급(5급)으로 일괄 전환할 방침이다. IBK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 300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시중은행은 과거에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대규모 전환한 적이 있어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낮다. 우리은행이 2007년 은행권 최초로 3100명을 정규직으로 바꾼 것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도 앞다퉈 정규직 전환에 뛰어들었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들의 비정규직 비중은 4.8% 안팎에 불과하다.
정규직 전환이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원의 주된 관심사는 정규직 전환 여부보다 구조조정”이라며 “실적 압박이 없는 무기계약직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돌리면서 정규직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공채 가뭄’은 진행 중이다. 6대 시중은행의 정규직 공채는 2015년 2563명에서 지난해 1180명으로 급감했다. 올 상반기엔 소규모로 창구직 직원(텔러)만 뽑고 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은행업계 정규직 전환 ‘꼼수’… 공채 가뭄 심화 우려 커져
입력 2017-05-22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