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인생’ ‘허삼관 매혈기’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중국 작가 위화(余華·57)가 한국을 찾았다. 23일부터 열리는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초청받아서다.
그는 행사에 앞서 22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이번 행사 주제는 ‘새로운 환경 속의 문학과 독자’다. 그는 문학이 독자를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를 신문과 비교해 설명했다.
“신문은 신속함이 중요하고 팩트에 가깝게 보도되어야 합니다. 팩트와 거리가 있으면 좋은 뉴스가 아니지요. 하지만 문학은 팩트와 거리를 두고 장기간에 걸쳐 사색을 통해 발효시켜야 나오는 것입니다.”
위화는 저장성 출신으로 1983년 단편 ‘첫번째 기숙사’로 데뷔했다. 1993년 발표한 두 번째 장편인 ‘인생’으로 일약 세계적 작가가 됐다.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화한 이 작품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이다. 이후 ‘허삼관 매혈기’(1996) ‘형제’(2007)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허삼관 매혈기’와 ‘형제’ 사이엔 10년의 공백이 있었다.
“허삼관 매혈기를 끝낸 뒤 방황했어요. 중국 사회의 극적 변화와 전환을 담아내고 싶었는데 매일 신문을 보며 뭘 써야 할지 고민이 길었던 것이지요.”
그런 방황의 과정을 ‘발효’에 비유했다. 그는 자신 같은 세대를 ‘늙은 작가’라 칭하면서 달라진 문단 세태를 전했다. 인터넷서점 주최 문학 시상식에 참가했다가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는 것이다. 1990년생의 키 크고 잘생긴 작가가 극성 여성 팬을 거느리고 왔는데, 알고 봤더니 그는 기획사에 소속돼 있었다.
위화는 “90년대생 작가들이 문학계에 아이돌처럼 군림하고 있다. 한데 세대교체도 빨라서 2∼3년이면 물갈이가 된다고 하더라. 작가와 아이돌을 매니지먼트하는 것은 서로 달라야 하지 않느냐”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미세먼지와 관련, 중국 책임론이 부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이 주요 책임국이라는 비판은 벗기 힘들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중국 지도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음식을 먹지만 인민은 가장 안전하지 못한 음식을 먹는다. 그러나 공기는 다르다. 국가 지도자나 인민 모두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다. 인민들은 평등의 개념을 공기에서 느낀다”며 “그러니 중국 정부가 대기질 개선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도 차가 많은 걸 보니 100% 중국 책임은 아닐 것”이라며 공동 노력을 당부했다.
글=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사진= 서영희 기자
소설가 위화 “문학은 신문과 달리 팩트와 거리 두고 장기간 사색을 통해 발효시켜야 나와”
입력 2017-05-22 18:47 수정 2017-05-22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