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나 송·배전 기업에 4차 산업혁명을 적용하면 운영비가 줄게 됩니다. 운영 노하우는 수출 품목이 될 거고요. 소비자들이 전력 형태나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게 되겠죠.”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이자 에너지 컨설턴트인 김희집(사진) 교수는 22일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에너지산업의 놀라운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술 혁명에 따른 비용절감뿐 아니라 에너지산업의 ‘아킬레스건’인 안전·환경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에너지 4.0 시대’가 현실화하기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우선 4차 산업혁명 구조부터 얘기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상황을 파악해 의사를 결정했습니다. 앞으로는 첨단 기술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게 될 겁니다. 가령 센서 등이 온도나 압력 등 상황 변화를 인지한 데이터를 유무선 통신이 하나로 수집해 빅데이터화하면 이를 인공지능(AI)이 분석, 판단하는 식이죠.”
그러나 미국이나 독일 일본 중국 등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은 후발주자로 뒤쫓는 형국이다. 특히 센서와 AI 등 일부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못 미친다. 다행히 모든 기술이 취약한 건 아니다. 한국은 통신강국인 데다 운용 능력을 갖춘 인력이 많다.
이 같은 한국의 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김 교수가 제시한 방법은 간단하다. 한국의 약점과 강점을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보완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GE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한국의 통신이나 운영 능력 노하우가 자신들에게는 없다며 관심을 보였다”면서 “센서와 AI 강국인 미국 기업들과 에너지 협력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워싱턴에서 ‘한·미 간 에너지 협력 진전의 시간’이란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에서도 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세미나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우태희 2차관, 트럼프 정부 정책 수립에 관여한 헤리티지재단의 테리 밀러 국제무역경제센터 소장은 물론 한국전력, 중부발전과 미국의 엑손모빌, ASE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 통상 협력을 이끌어가는 소재로도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확보해 에너지산업과 연결하면 효과는 기대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발전사들은 발전소에 센서를 부착해 안전성·효율성을 높이고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첨단기술을 도입한 한국동서발전의 경우 연간 1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송·배전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친환경 에너지로 꼽히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그동안 예측이 거의 불가능했던 신재생에너지도 빅데이터를 통해 상당 부분 예측 운영이 가능하다. 빅데이터를 통해 에너지 판매와 소비를 조정할 수도 있다.
에너지 발전부터 송·배전, 판매까지 에너지산업 생태계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재정립되면 훌륭한 수출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단순히 발전소를 짓는 것만 수출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발전부터 송·배전, 판매가 하나의 수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글 서윤경 기자, 사진 윤성호 기자
[에너지 4.0시대] 김희집 서울대 교수 “통신강국 장점 살려 선진 기업들과 협력 모색을”
입력 2017-05-23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