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4.0시대] AI·빅데이터로 ‘전기발전→소비’ 손금보듯 관리

입력 2017-05-23 05:02

4차 산업혁명 개념은 지난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클라우스 슈바프 의장이 설명한 산업발전의 혁명적 변화를 보면 4차 산업혁명은 기존 1∼3차 산업혁명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과거 수력과 증기, 전기, 전자공학과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산업이 혁명적 변화를 경험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물리학·전자공학·생물학 등의 경계가 없어지는, 즉 융합된 기술혁명이다. 산업연구원 전재완 연구위원은 22일 “3차 산업혁명의 결과인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물리적, 디지털적,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에너지 산업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첨단기술과의 결합에 나섰다.

첨단기술 발전, 4차 산업혁명 이끌다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적 트렌드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전문가들은 기술의 빠른 발전을 꼽고 있다. 단순히 기술만 업그레이드된 게 아니다. 가격까지 저렴해졌다.

센서와 사물인터넷(IoT)은 저렴하고 다양해졌고 유·무선 통신망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초 단위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담아내기 위한 저장공간은 무한대에 가까워졌고 인공지능(AI)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에너지가 첨단기술과 만나면서 에너지 시장 생태계도 바뀌고 있다. 에너지·자동화 다국적 기업인 ABB 그룹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에너지 밸류 체인의 변화를 설명한 것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발전사들은 발전소 설비에 센서를 부착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운영효율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설비 사고 예방 등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한국전력 등 전력 시장을 운영하는 회사들도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예측해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송전과 배전도 센서, 빅데이터, AI로 설비를 운영하고 시설 보수의 자동화까지 할 수 있다. 전력 소비자는 빅데이터, AI로 합리적인 전력 소비를 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생활 패턴에 따른 맞춤형 전력 소비 방법이다. 나아가 신재생 발전 사업자는 발전환경과 전력요금 변화에 맞춰 합리적 발전을 기획할 수 있다. 발전 효율 증가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최소화도 기대된다.

4차혁명 DNA를 이식 중인 에너지 산업

에너지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도입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업(業)의 변화’를 예고했다. ‘캡코(KEPCO) 4.0’ 프로젝트를 통해 IoT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빅데이터를 적극 사용하기로 했다. 빅데이터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스마트시티, 전기차(EV) 충전 등 신사업을 추진한다. 한전의 전력 빅데이터는 연간 3조3370억건이나 발생하고 있다. 보유 빅데이터는 3540억건이다.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는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산업’ 보고서에서 최근 2년간 생성된 데이터는 이전 인류 역사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보다 많다고 했다. 2020년이면 매초 약 1.7MB(메가바이트)의 새로운 정보가 생성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현재까지 전체 데이터의 0.5% 미만만 의미 있는 용도에 쓰이고 있다.

발전소들은 센서를 부착해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3000개에서 2만개의 센서를 발전소 곳곳에 설치하면 온도, 진동, 주변 상태 등 운전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설비의 엔진 고장과 균열 등의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발전소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 미리 예방해 효과적 대처방안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안전성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드론을 투입해 설비를 점검할 수 있다. 통합 모바일 솔루션 도입으로 작업 관리 과정을 통합하면 노동효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하면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맥킨지는 빅데이터의 가치를 이해하고 적용한 에너지·전력 업체들은 다른 업체보다 20∼30% 이상 높은 수익성을 달성했다고 추정했다. 발전소 관계자는 “이제 발전소는 24시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