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한국 근현대 개발의 역사를 45년간 함께해 온 서울역 고가가 ‘서울로 7017’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로 7017의 개통은 1970년대 산업화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보행자를 위한 보행자전용길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 과정과 경제 발전을 통해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국민들의 생활이 더 편리해졌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거나 애써 외면해 왔던 현실의 문제가 결코 적지 않다.
소득 수준의 향상은 자동차 증가로 이어졌고 늘어난 자동차만큼 우리는 도로를 끊임없이 건설해야 했다. 교통 운영에 있어서도 자동차가 중심이 돼 사람들은 육교나 지하도로 피해 다녀야만 했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미세먼지 오염과 같이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도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서울로 7017 프로젝트는 우리보다 먼저 산업화, 도시화, 자동차화를 겪었던 선진 도시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보행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의 선진도시들은 교통 정책의 중심에 보행자를 두고 차로를 축소하거나 자동차 통행을 억제하고 도시의 많은 부분을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런던 도심의 공유도로 확대와 혼잡통행료 제도, 파리의 통행속도 시속 30㎞ 하향 추진,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 확장 및 하이라인 파크 조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에서도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조성, 신촌 대중교통 전용지구 운영 등 일련의 변화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지만 자동차 전용의 고가도로를 보행자전용길로 전환했다는 점은 다른 선진도시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서울로 7017 개장과 함께 서울시가 발표한 주변 지역과의 보행 연계 방안 등을 살펴보면 보행자 중심의 도시 서울, 걷는 도시 서울로의 전환을 위한 출발점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당장 서울역 고가 폐쇄에 따라 퇴계로 등에서 도로 다이어트가 진행돼 보행자에게 보다 편리한 공간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로 7017 일대가 ‘보행특구’로 운영되면 이와 같은 변화는 특정 도로에 국한되는 선(line)적인 변화가 아닌 면(zone)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최근 서울시가 한양도성안(4대문안) 지역을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한 점도 이러한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점이다.
서울로 7017로 인한 파급 효과가 서울역 일대에만 국한되지 않고 보다 넓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 도심 공간의 커다란 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종로 양측으로 단절돼 있던 버스 중앙차로를 연결하면 도심부의 대중교통 네트워크가 개선돼 서울 도심을 대중교통 중심으로 변화시키기가 보다 용이해지며 도심부 보행 단절구간 연결, 횡단보도 확대 설치 등 보행네트워크를 정비하면 서울 도심을 어디나 편리하게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로 7017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23만명의 시민들이 지난 주말 찾아 각종 문화 행사들을 만끽했다.
그러나 서울로 7017 개통 이후 시민들이 여러 가지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는 만큼 서울시는 시민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 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서울로 7017이 단순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보행자 중심도시로의 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지적과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서울시의 열린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기고-송상석] 서울로7017 개통 이후
입력 2017-05-22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