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사진)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1일 “남북관계에서 대화가 단절된 것은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남북관계야말로 우리가 주도해 관계를 빠르게 복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군의 대북 연락통신망 같은 것을 빨리 복구해야 하며 실무 차원의 접촉도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정 안보실장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실적으로 주변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차근차근 해나가겠다”는 단서를 달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긴장 상태가 고조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계셔서 무엇보다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특히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차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유엔 제재와도 관련이 됐기 때문에 간단히 설명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 안보실장이 임명 첫날부터 남북관계 복원을 강조한 이유는 대화 재개가 ‘한반도 비핵평화구상’의 핵심 조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러한 비핵화 구상을 밝히며 경제 영역을 북한 및 대륙으로 확장하겠다고 공언했다. 6자회담 등 다양한 다자외교 채널도 곧 가동시키겠다고 말했다. ‘다자외교 전문가’인 정 안보실장이 임명된 점도 이런 대내외적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정 안보실장 인선 후 채 6시간이 지나지 않아 미사일 실험을 강행한 점은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이 넘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됐다.
정 안보실장은 외교부 통상교섭본부 조정관을 지내는 등 다자외교·통상 분야에서 주로 일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외교부 대변인, 국회의원 경험이 있어 정무적 감각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북핵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해당 분야 일을 정말 많이 했다”며 “당시 김대중정부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복원할 시기여서 북핵 문제 경험도 많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라고 했다. 정 안보실장은 19대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에 합류해 문 대통령의 외교 자문그룹인 ‘국민아그레망’ 단장을 맡아 관련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당선 뒤에는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일하며 주요국과의 초기 외교관계 정립 과정에 관여했다.
특히 이번 인선은 향후 외교안보 현안을 군사적 접근이 아닌 외교적 접근으로 풀어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를 독점했던 군 출신이 그간 경직된 자세로 현안에 대응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군 출신과 외교관 출신을 놓고 장시간 고심했던 문 대통령이 ‘정의용 카드’를 낙점한 배경이다. 외교안보 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외교관 출신의 협상력이 더 중요한 덕목이 됐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춘추관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북핵 위기 상황에서는 안보 분야 중 외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71) △서울고, 서울대 외교학과 △외무고시 5회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조정관 △주제네바대표부 대사 △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공동상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캠프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 단장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정의용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남북관계 단절 부자연스러운 일… 우리 주도로 복원”
입력 2017-05-22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