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함께 경제 전반을 개혁할 쌍두마차로 꼽힌다. 18대 대선부터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를 도왔던 그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 제안을 모두 거절했지만 이번에 처음 공직에 진출했다. 그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솔직하게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뤄진 인사들을 보며 스스로도 감동했다”며 수락 배경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1000명 이상의 매머드 싱크탱크를 구성했지만 경제 분야에선 역량이 부족하다는 내부 평가가 많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윤제 서강대 교수(유럽연합 특사),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국민경제자문위 부의장) 등 경제 분야 인사 영입에 공을 들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선 예비후보 시절 장 실장의 저서를 본 뒤 사석에서 “나와 생각이 비슷하다”며 영입을 당부했다고 한다. 경제 양극화의 원인을 자산 불평등보다는 소득 불평등 문제로 접근하는 방식에 동감했다. 이에 대선 예비경선을 앞둔 지난해 중반 한 측근이 장 실장 학교 연구실에서 3시간여 동안 영입을 설득했다. 하지만 장 실장은 “나와 안 전 후보는 사제 관계”라며 합류를 거절했다.
문 대통령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 당선 이후 청와대 정책실장 인선을 열흘 이상 미루며 장 실장 영입을 타진했다. 결국 19일 오후 장 실장과 직접 통화한 뒤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장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그제 오후에 대통령이 전화했고,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됐다. 굉장히 짧은 시간에 됐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통합 인사가 마음을 돌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장 실장은 “이 정부가 뭔가 변화를 일으키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일을 이뤄낼 의지가 있다는 사실이 제 마음을 흔들어 놨다”고 말했다. 이어 “김상조 교수를 발탁한 것에 놀랐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을 정도”라며 “선거 때 많은 국민이 우려한 대로 측근들이 자리 잡고 국정이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흐를 것이란 우려가 있었는데 해소되니까 많은 분이 좋아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정책 우선순위에 대해 “청와대 정책실장일 뿐 부처 장관은 아니기 때문에 조율을 해낼 것”이라며 “다만 모든 사람의 삶은 일에서 시작된다. 일은 소득을 내기 위해 하는데 지난 20여년간 한국 경제는 소득이 제일 작동불능”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1990년부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내 자본주의 문제점을 탐구해온 대표적인 사회 참여적 지식인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개혁 목소리를 내왔다. 2006년 주도한 ‘장하성 펀드’로 유명하다.
△광주(64) △고려대 경영학과·미국 뉴욕주립대 얼바니대학원 경제학 석사·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 박사 △고려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금융개혁위원회 자문위원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한국금융학회장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장하성 신임 정책실장 “솔직히 문재인 정부 인사에 감동 먹었다”
입력 2017-05-22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