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역시 ‘바르셀로나 보이’ 이승우… 실력도 끼도 톡톡

입력 2017-05-22 05:04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이승우가 지난 20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기니와의 개막전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관중석을 향해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과거 이승우는 쇼맨십이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신태용호에 합류한 뒤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에 녹아들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있다. 뉴시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왼쪽 다리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경기 내내 급발진하는 스포츠카처럼 뛰었다. 급격한 회전과 순간적인 브레이크로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쥐가 올라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승우의 신체 수치는 키 170㎝, 몸무게 60㎏에 불과하다. 축구에서 왜소한 체격에 속하지만 불굴의 투혼이 있기에 경기장에서는 ‘작은 거인’으로 변신한다.

이승우는 지난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니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결승골과 1도움 등 맹활약을 하며 한국의 3대 0 완승을 이끌었다.

한국은 전반 초반 개인기가 뛰어난 기니를 상대로 고전했다. 이승우는 전반 36분 선제골로 경기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그는 기니의 밀집 수비를 뚫고 문전으로 돌파한 뒤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볼은 상대 수비수에 맞고 굴절된 후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승우는 후반 31분엔 상대 선수의 다리 사이로 패스를 찔러 넣어 임민혁의 득점을 도왔다.

이승우는 후반 14분 공을 걷어내다 백승호와 충돌하며 쓰러져 들것에 실려 나갔다. 하지만 곧 오뚝이처럼 일어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관중은 이승우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과거 이승우는 쇼맨십이 지나치고 이기적인 플레이를 한다고 비난받곤 했다. 하지만 ‘신태용호’에 합류한 뒤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지난 15일 단체 외출 때 이승우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한국 대표팀의 고유 컬러인 검붉은 와인빛으로 염색했다. 그런데 미디어 앞에 설 때 헤어밴드를 착용했다. 기니전에서 마침내 헤어밴드 안의 비밀이 밝혀졌다.

짧게 깎은 투 블럭 헤어스타일의 옆머리에는 노랗게 염색된 글씨가 있었다. 왼쪽은 ‘SW’, 오른쪽은 ‘V’였다. 왼쪽의 SW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자신의 영문 이름 이니셜인 승우(SeungWoo)와 함께 결승전이 열리는 수원(SuWon)까지 6연승(Six Wins)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오른쪽의 V는 승리(Victory)다.

이승우는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회복 훈련을 한 뒤 “이제 (23일 치르는) 아르헨티나전을 준비해야 한다. 남미의 개인기가 좋기 때문에 대비를 잘할 필요가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일본의 메시로 불리는 구보에 대해 “내 경쟁 상대는 아니다”며 “일본을 경쟁 상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주=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