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끝내고 은퇴하는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은 평소 “현실적으로 한국 프로야구(KBO) 450홈런이 내가 만들 수 있는 마지막 홈런 기록”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해냈다.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팀이 6-2로 앞선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이승엽은 바뀐 투수 송창식의 초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이로써 이승엽은 KBO 최초로 450홈런 고지를 밟았다. 1811경기 출장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이승엽은 통산 홈런 2위인 양준혁(은퇴·351개)보다 100개 가까이 많을 정도로 독보적인 홈런 기록을 쌓았다. 450홈런은 고졸 신인이 입단 첫해부터 매년 홈런 20개씩을 꾸준히 치더라도 평균 22.5시즌이 걸리는 대기록이다.
이승엽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시즌 동안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며 159홈런을 쳤다. 이날 홈런으로 이승엽의 한·일 프로야구 통산 홈런은 609개로 늘었다.
이승엽은 투수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타자로 전향했다. 그리고 후발타자의 핸디캡을 지우기 위해 매년 피나는 훈련을 감내했다. 이승엽은 최고참임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경기가 시작되기 5시간 전에 야구장에 와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철저한 자기 관리 속에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하며 대기록을 작성했다. 홈런을 때려도 상대 투수의 마음을 헤아려 큰 세리머니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그라운드를 돈다.
이승엽은 대기록을 작성한 뒤에도 겸손해 했다. 그는 이날 “이기는 경기에서 홈런을 쳐 기쁘다. 450호라는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며 “홈런보다는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매 경기 보너스라는 생각으로 즐기려 한다. 많은 관중 앞에서 보여줄 시간이 많지 않으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승엽 덕분에 삼성은 이날 8대 7로 승리하며 3연전을 싹쓸이했다. 삼성이 스윕을 거둔 것은 2015년 7월 28∼30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661일 만이다.
이날 경기에서는 이승엽의 450홈런 외에 벤치 클리어링과 관련한 볼썽 사나운 기록도 함께 세워졌다.
한화가 1-0으로 앞서던 3회말 삼성 선발 윤성환이 김태균과 윌린 로사리오에게 잇달아 몸에 맞는 볼을 던져 벤치 클리어링이 두 차례 일어났다. 두 번째 벤치 클리어링 때는 빈볼을 던진 윤성환과 몸싸움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한화 선발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를 비롯해 삼성 재크 페트릭, 한화 정현석까지 4명이 퇴장 당했다. 양팀 선발투수가 동시에 퇴장을 당한 것은 프로야구 출범 후 처음이다.
윤성환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승현마저도 4회말 2사 후 한화 차일목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져 퇴장당했다. 한국야구위윈회는 벤치 클리어링 및 퇴장 선수에 대해 23일 오전 10시 KBO 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추가 징계도 내릴 예정이다.
한편 두산 베어스는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호투로 KIA 타이거즈를 7대 3으로 물리치고 주말 3연전을 싹쓸이했다. 두산은 4연승으로 넥센 히어로즈를 제치고 단독 4위로 올라섰다. kt 위즈는 넥센을 13대 4로 대파하고 5연패에서 벗어났고 SK 와이번스는 연장 11회에 대거 5득점을 기록하며 NC를 9대 4로 제압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21일 프로야구 전적>
△넥센 4-13 kt △삼성 8-7 한화
△SK 9-4 NC △두산 7-3 KIA
△롯데 3-4 LG
[기획] ‘승짱’ 이승엽 450홈런… 쏠 때마다 ‘전설’
입력 2017-05-2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