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판가에 뜨는 필자가 있다. ‘정원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시골의 발견’ 등을 연이어 출간한 정원디자이너 오경아(50) 씨다. 그는 지난 10일 네 번째 책 ‘정원생활자’를 펴냈다.
그를 지난 19일 서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만나 교회 정원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오씨는 2005년부터 7년 동안 영국 에식스대학교에서 조경학을 공부한 후 세계 최고 식물원으로 평가받는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 인턴 정원사로 일했다. 지금은 정원설계회사 오가든스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강원도 속초에 ‘오경아의 정원학교’를 설립,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드닝과 가든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유학 전 MBC 인기프로그램 ‘지금은 라디오시대’ 등을 맡았던 방송작가였지만, “진짜 내가 하고픈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늦은 유학을 떠났다.
-특별히 여기서 보자고 한 이유가 있는지.
“이 성당은 영국인도 놀라는 영국식 정원이자 한국기독교의 자산이기 때문이었어요. 이 공간에 들어오면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교회 정원을 거닐다 보면 사람들이 남겨 놓고 간 영성을 이어 받게 됩니다. 서구 기독교의 정원 문화와 한국적 전통의 기독교문화가 만난 공간이죠.”
-사람들이 이 공간에 들어서면 ‘교회 다닐만 하다’고 합니다. 가든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보자면 어떻습니까.
“정원 가꾸기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어요. 정원은 가만히 있지 않거든요. 늘 노동이 따르죠. 포도나무 작약 창희단풍 매발톱 같은 생명이 가득하잖아요. 이런 수종이 건축물과 어우러지게 조성됐다는 거죠. 어딜 봐도 자연스러워요. 예를 들어 로마네스크양식의 성당 뒤쪽에 한옥 두 채가 있어요. 마주 보고 왼쪽은 1905년 건립한 경운궁 양이재, 오른쪽 활처럼 휜 한옥은 주교관이고요. 그 뜨락은 우리 정원 재래수종을 잘 보여줘요. 철쭉, 불두화, 라일락 등 한국식 앞마당 정원임을 알리죠. 처음 조성할 때 마당의 식생을 가져왔을 확률이 높아요. 특히 주교관은 벽돌로 쌓아 올린 근대식 한옥에 서양식 창 구조이죠. 근데도 자연스러워요. 로마네스크 성당, 고궁 양이재와 근대 한옥 주교관 등이 식생과 어울리면서 평화와 안식의 공간이 됐어요. 교회건축 때 참고 삼을만하죠.”
-한국에서는 ‘교회 정원’의 개념이 거의 없어요.
“한국 교회들은 정원에 신경을 안 써요. 정원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는 교회건축이 대부분이니까요. 우리가 말하는 ‘에덴동산’은 정원이었어요. ‘가든 오브 이든(Garden of Eden)’은 성경의 천국과 맞닿아 있어요. 정원은 인류가 꿈꾸는 천국의 모델이에요.”
-가든의 탄생이 교회의 시작이라는 거군요.
“10세기 교황 베네딕트7세가 교회정원 탄생의 시작인 셈이죠. 이전까지만 해도 성직자는 백성으로부터 먹을거리를 제공받았어요. 한데 교황이 성직자들에게 오지로 가서 선교하라고 명했죠. 그들은 오두막을 짓고 정원을 만들어 텃밭에서 먹을거리를 확보했어요. 성직자는 대개 엘리트였기 때문에 정원 식물에서 의약품을 만들고, 좋은 물 대용으로 맥주도 만들죠. 텃밭 조성을 통해 정원의 패턴이 발달하는데 그게 미술 발달을 가져왔구요. 식물학의 기원은 기독교죠. 교회의 중정은 스승과 제자가 함께 돌며 신학을 논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건물 중심의 교회만 생각합니다.
“밤에 보면 교회의 야경은 붉은 십자가가 대표합니다. 앞으로는 교회의 정원이어야 된다고 봐요. 기도가 예배당 안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평화로운 교회의 정원이 필요해요. 제가 서울 시내서 학교를 줄곧 다녔는데 최근 새문안교회의 우악스러운 건축은 충격이었어요.”
-정원을 고려한 교회건축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나요.
“교회 측이 땅을 디자인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성장 위주의 교회 건축은 ‘땅의 디자인’이 없었죠. ‘우리는 작더라도 평화가 깃든 이런 예배당을 짓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해야죠. 외장 디자인을 마친 건축물과 어울리는 조경공사가 이어져야 하고요. 성경 식물과 교회 상징물, 그리고 색의 조화가 정원에서 이뤄져야죠.”
글=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교회와 공간] “큰 예배당보다 ‘땅의 디자인’ 통해 생명 깃든 교회를”
입력 2017-05-23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