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재선 성공… 이란 개혁·개방 가속도

입력 2017-05-21 18:07

이란 국민이 개혁 성향 중도파인 하산 로하니(69·사진) 현 대통령을 임기 4년의 차기 대통령으로 다시 선택했다. 2015년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핵합의를 성사시키며 친서방 노선을 걸어온 로하니 대통령의 개방 정책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된다. 아울러 그의 승리는 현지에서 사업을 해온 한국 기업들에도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0일(현지시간) 로하니 대통령이 전날 치러진 대선에서 57%를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보수파인 검사 출신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38.5%)를 제치고 연임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당선 발표 2시간여 뒤 트위터에 “오늘의 승리는 이란 국민의 것이며 선거운동 중 발표한 공약을 지키겠다”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사용이 금지된 이란에서 최초의 당선 소감을 짧게나마 온라인상에 밝힌 것은 표현의 자유 확대를 주장해 온 기조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이어진 당선 수락 연설에서 “이란은 과거 어느 때보다 우뚝 서 있고 상호 존중과 국익을 기반으로 세계와 관계를 확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세계는 이란이 극단주의와 폭력을 멀리하고 상생하는 길을 택했음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대도시 출신 중산층과 여성, 젊은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써 지난 4년간 이어져 온 이란의 ‘문호 넓히기’는 탄력을 받게 됐다. 로하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자국과 관련된 모든 서방의 제재가 해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대이란 정책과 관련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 강경책을 꺼내 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 정립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동 문제의 가장 큰 장애물로 이란을 지목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이란과의 핵합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길에 동행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로하니 대통령은 이제 중동에서 테러조직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중단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압박하면서 “현재로선 적절한 시기가 오지 않는 한 이란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내부적으론 경기 회복이 최우선 과제다. 대선 기간 중 반대 진영에선 핵합의 이후 계속된 경기 침체와 26%에 달하는 청년 실업률을 공격하기도 했다. 알자지라는 “너무나 느린 변화 속도에 실망한 국민을 만족시키기 위해 핵합의부터 경제 정책까지 훨씬 더 강력한 진보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