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초대 외교부 장관 후보자인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는 빼어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유엔 고위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0년 동안 유엔에서 활동해 글로벌 인맥에서는 한국 외교관 중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는 평가다. 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에 공식 취임하면 헌정 사상 첫 여성 외교부 장관으로 기록된다.
강 후보자를 외교가로 이끈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강 후보자는 1997년 12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김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 때 통역을 맡았다. 김 전 대통령은 그의 영어실력을 눈여겨보고 전속 통역사로 채용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내 말을 그가 영어로 번역하면 더 아름다워진다”며 높이 평가했다.
외교부에 입부한 것도 이 시기다. 강 후보자는 1998년 국제전문가 특채로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관에 채용됐으며 이듬해에는 장관보좌관에 임명됐다. 외교부 역사상 첫 여성 장관보좌관이었다. 2005년 7월에는 국제기구정책관(현 국제기구국장)에 올라 첫 비(非)고시·여성 출신 외교부 국장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강 후보자는 2006년 9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에 임명되면서 활동무대를 유엔으로 옮겼다. 그는 2003∼2005년 주유엔대표부 근무 시절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의장직을 맡았는데, 이때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의 눈에 든 것이 계기였다. 강 후보자는 2007년 1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유엔에 들어갔다.
한 외교부 간부는 21일 “강 후보자는 영어를 원어민보다도 잘하고 유엔 근무경력도 길어 국제적 네트워크가 확실하다”고 했다. 다른 인사도 “강 후보자는 특채로 관료사회에 들어왔지만 조직의 일원으로 일을 잘 처리했다”면서 “여성이라서 장관 후보자가 된 것이 아니다. 잘 검증된 사람이 어쩌다 보니 여성인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2013년 3월 유엔 인도지원조정국(OCHA) 사무차장보에 올랐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의 인수팀장을 맡았다. 구테흐스 총장이 취임한 올해 1월에는 사무총장 정책특보에 임명됐다. 유엔 사정에 정통한 외교관은 “강 후보자는 반 전 총장은 물론 구테흐스 현 총장도 매우 아끼던 인물”이라고 했다.
다만 장기간의 유엔 근무 경력이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10년간 한국을 비운 탓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등 핵심 현안에서는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고위 외교관은 “당장 진행 중인 현안은 당연히 파악이 덜 됐을 것”이라면서도 “매우 광범위한 이슈를 다루는 유엔에서 오래 근무했으니 적응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62)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매사추세츠대 커뮤니케이션 박사 △외교통상부 장관보좌관 △외교통상부 국제기구정책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유엔 인도지원조정국 사무차장보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강경화 첫 여성 외교장관 후보자는 원어민 가까운 영어실력 정평… 전·현 유엔총장도 아껴
입력 2017-05-22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