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확장적 재정론자’다. 재정건전성을 우선순위에 두는 일반적 예산실 출신과 달리 “균형재정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김 후보자는 21일 우리 경제를 볼링에 비유했다.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저성장이라는 ‘킹 핀’을 공략해 청년실업, 저출산 등 숱한 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은 출발점이다.
문재인정부의 첫 경제사령탑에 주어진 경제 여건은 나쁘지 않다.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상승세다. 투자와 고용도 지난해보다 나아지고 있다. 다만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내수는 침체에 빠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더불어 성장’을 강조했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과 그 과실이 소득 상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경제정책의 틀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소비 등 내수를 살릴 실탄은 ‘재정’이다.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고 가계소득을 증대시켜 소비를 늘리는 선순환 고리를 구축하겠다는 게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 해법이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김 후보자를 낙점한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그는 기재부 예산실장, 2차관을 지내며 재정 감각을 키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있으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도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밤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인근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금리에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현상)이 낮은 현재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면서 “저성장의 고착화와 실업 문제로 성장잠재력까지 위협받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재정이 적극적으로 가는 게 타당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국가적으로 앞으로 5년이 경제 살리기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라며 “거시경제지표가 좋은 신호를 보내지만 내실이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추경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의지를 뒷받침할 재정 상황은 좋다. 지난 1분기 국세 수입이 69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9000억원이나 느는 등 지난해부터 ‘세수 풍년’이다. 기재부는 빚을 내지 않고도 10조원 추경이 가능하다고 본다. 재정과 분배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다음 달 발표 예정인 경제정책방향에 담길 예정이다.
그러나 조세 개혁, 중장기 성장전략 마련은 숙제다. 우리 경제는 2014년(3.3% 성장)을 제외하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2%대 저성장에 빠져 있다. 정부가 다음 달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소폭 상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3%대 성장은 쉽지 않다.
김 후보자는 단기적으로 재정을 풀어 내수를 살리는 것 외에도 저출산·고령화로 대변되는 ‘저성장의 늪’에서 우리 경제를 끌어내야 하는 임무도 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중장기 재원 조달 방안도 발등의 불이다. 당장 7월에 내놓을 내년도 세법개정안에서 소득세, 환경에너지세제 개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과천=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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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청년실업·저출산 등 풀겠다”
입력 2017-05-22 0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