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靑, 개헌·개혁 손잡았지만 길목마다 지뢰밭

입력 2017-05-22 00:01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며 공통공약 실현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국회 현실은 지뢰밭에 가깝다. 공통공약의 각론이 정당마다 다른 데다 주요 법안의 본회의 통과 길목을 야당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대선 공통공약은 개헌과 검·경 수사권 조정,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지급 등이다. 특히 개헌은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단일 개헌안 도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선 이후 공개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대대적인 ‘권력구조 수술’을 기대한다.

반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권력구조 개편에 소극적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핵심 의원은 21일 “권력구조나 선거제 개편은 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며 “기본권 신장과 지방분권 등 합의할 수 있는 항목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자는 취지는 같지만 세부사항은 정당별로 다르다. 민주당은 경찰에 일반 수사권을 이양하는 방안을 공약했고, 한국당은 경찰에 영장청구권까지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은 제1야당인 한국당이 ‘옥상옥’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실현이 난망하다.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지급 등 복지공약도 여야가 강 대 강으로 대치할 경우 ‘무상 복지논쟁’으로 정쟁화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국회 구성도 문재인정부 초반 국정동력 확보에 불리하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에서 법안의 본회의 처리 주요 길목인 국회 운영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한국당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상 운영위에서 여야가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는 한 본회의를 개최할 수 없다. 또 모든 법안은 법사위 의결을 거쳐야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다. 새 정부의 정부조직법과 문 대통령이 강조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담당할 안전행정위와 기획재정위 역시 한국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도움을 받아 주요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본회의 표결을 강행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심사 기간이 최장 180일에 달해 빠른 입법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원구성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만큼 운영위와 기재위 정도는 여당이 맡아야 한다”며 “야당과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주요 상임위원장을 되찾으려면 국토위원장, 환경노동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민주당의 ‘알짜 상임위원장’을 내줘야 한다. 조율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게다가 한국당은 재협상 의지가 없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장 임기가 2년으로 정해져 있는 데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임기 초반과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초반에도 야당이 운영위원장을 계속 맡았던 전례가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협치를 강조하며 “국회에서 상머슴이 되겠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일치하는 점은 취하고, 의견이 다른 점은 보류한다)의 지혜를 발휘하겠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가장 먼저 협의할 공통공약으로 영세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꼽았다.

최승욱 김판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