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함께 바라보면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부부의 날(21일)을 앞두고 아내와 함께 생애 첫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조성우(76) 할아버지의 소감입니다. 그는 3년 전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은 뒤부터 혈액 투석을 받고 있습니다. 이틀에 한 번, 하루 4시간씩 받아야 하는 혈액투석 치료는 조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만성신부전 환자들의 일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혈액투석 치료를 거를 수 없는 데다 생활 형편도 여의치 않기에 조 할아버지 내외는 여행 가는 걸 엄두도 못 냈습니다. 그들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던 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 덕분이었습니다.
장기기증운동본부는 한화생명의 후원으로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40∼70대 혈액투석 환자와 배우자들을 대상으로 ‘우리가족 힐링캠프’를 마련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선발한 환자 12쌍이 초청됐습니다.
이들은 만성신부전환자를 위한 휴양시설인 ‘제주 라파의집’에 머물면서 천지연 폭포와 외돌개, 새연교 등을 관광하며 모처럼 꿀맛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혈액 투석일에는 투석 장비가 완비된 라파의집에서 투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주최 측이 마련한 리마인드 웨딩도 열렸습니다. 유동제(54)씨 부부는 지난 18일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유씨의 마음은 만감이 교차했다고 하네요. 9년 전 신장에 여러 개의 혹이 생기는 다낭성신증으로 혈액 투석을 시작한 이래 아내 한양순(45)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합니다. 결혼식도 올리지 못해 변변한 사진도 한 장 없는데, 남편 간병으로 늘 지친 모습이 안쓰러웠기 때문입니다. ‘찰칵!’. 사진 속 유씨 부부는 해맑게 웃고 있었습니다. 역경을 겪고 있는 이 땅의 많은 부부들이 힘과 용기를 얻길 소망합니다.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미션 톡!] 제주 바다 떠오르는 해 보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입력 2017-05-22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