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사흘 앞둔 20일 노란 풍선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수놓았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참여정부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것으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승화시켰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시민문화제’를 열고 토크콘서트와 공연을 진행했다. 유시민 작가의 사회로 시작된 토크콘서트에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참여했다. 노무현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 작가는 “노 대통령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가신 그날까지 고민하셨던 분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이 시장과 안 지사는 새 정부에 희망과 기대의 말을 전했다. 이 시장은 “요새 제가 청와대에 앉아있는 것 같다.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거의 다 하고 계신다”며 응원의 힘을 보탰다. 안 지사는 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 벌어진 ‘볼 뽀뽀 사건’을 해명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그날 무대에 올랐는데 악수를 하는 문 대통령이 그렇게 예뻐보이더라”며 “이 자릴 빌려 물의를 빚었던 점 죄송하다”고 멋쩍게 웃었다.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동시에 새 정부가 들어선 것을 축하했다. 광장 한편에 놓인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커다란 초상화 앞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겨울 광화문 촛불과 시민의 모습을 옮겨둔 ‘촛불광장의 기록’ 부스를 구경하는 이들도 많았다. 7살 딸과 5살 아들과 함께 나온 김모(41)씨 부부는 “생각보다 축제 같은 분위기라 조금 놀랐다”며 “노 전 대통령의 사람이었던 문 대통령 시대가 되니 이런 추모문화제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화제 후반부에는 가수 크라잉넛과 조PD, 안치환씨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지난해 겨울 촛불집회에도 참여했던 크라잉넛은 “드디어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왔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조PD도 “추운 겨울 동안 이 광장에서 만들어낸 결실 아니겠느냐”며 감격을 전했다. 문화제는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 ‘상록수’와 지난 18일 광주에서 울려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 함께 부르면서 마무리됐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盧 추모, 文 취임 축하 한마당… 촛불 사라진 광화문, 노란풍선 둥실∼
입력 2017-05-22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