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의 수출 회복 속도가 10대 주요 수출국 중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시적 반등 효과보다 추세적 요인이 수출 증가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당분간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2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한국의 수출액은 1323억 달러(약 148조573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세계 71개국의 수출액 증가율인 9.8%를 상회할 뿐만 아니라 10대 주요 수출국 중에서도 가장 높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8.2%)을 비롯해 미국(7.3%)과 독일(4.8%)은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고 일본과 네덜란드는 각각 10.2%, 12.0% 증가했다. 그만큼 한국의 수출 회복세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8위였던 한국의 수출 규모 순위는 6위로 뛰어올랐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한국의 수출 회복세가 일시적 반등보다 추세적 회복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는 ‘2017년 한국수출회복과 지속가능성 진단’ 보고서를 통해 지난 1∼4월 총수출 증가분 중 세계 경기 회복 등에 따른 추세적 수출 증가 요인이 44%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세계 IT경기가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관련 제품의 수출이 추세적 회복세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발전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고,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대형 TV와 모바일용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이 플래시메모리와 OLED 시장의 2017∼2020년 평균 성장률을 각각 7.5%, 21.9%로 잡는 등 IT업계의 수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의 수출 증가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자국 철강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단가 상승세도 9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반면 수출 증가분 중 일시적 단가 상승 등 기저효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나타났다. 지난해 낮은 국제유가 탓에 하락했던 석유화학 제품의 단가가 최근 유가 상승으로 급등하면서 수출 회복세에 한몫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통상 압력이 강해질 수 있어 수출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협 강내영 연구원은 “수출 회복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통상마찰에 대한 정부의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수출 회복세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감안한 균형적인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1분기 14.9%↑… 수출증가율 한국 1위
입력 2017-05-21 17:36 수정 2017-05-21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