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균형 맞추기

입력 2017-05-21 17:42 수정 2017-05-21 21:50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한 것은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원한 각계 원로급 인사들에게 예우를 갖추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에게 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장은 대통령) 부의장을 맡긴 것 역시 마찬가지다. 청와대와 내각에는 업무 중심의 인사를, 자문역에는 명망이 있거나 보수 성향의 인사를 배치해 국정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생각도 엿보인다.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향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며 해당 분야의 ‘큰 그림’을 설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춘추관에서 인선을 발표하며 “비록 비상임직이지만 국제사회에서 능력과 권위를 인정받고 계신 두 분이 참여함에 따라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의 실마리가 풀려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정인 특보는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이론을 확립하는 데 기여한 국제정치 분야의 석학이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수행해 평양을 방문한 경험도 있다. 이번 대선에선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외교안보 자문그룹의 좌장 역할을 했다.

홍석현 특보는 노무현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내는 등 미국 사정에 정통하고 폭넓은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미국통’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미국 특사로 임명된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직접 만나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다만 홍 특보는 이날 미국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특보 임명은) 처음 듣는 얘기라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비슷한 얘기를 간접적으로 듣고는 있었는데 저와 상의도 없이 발표해서 조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김광두 부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18대 대선공약인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기) 공약을 입안한 당사자다. 문 대통령은 대표적인 보수 경제학자인 그를 지난 3월 영입해 자신의 경제정책인 ‘제이노믹스’의 설계를 맡겼다.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가 균형감을 유지하는 데 김 부의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김 부의장은 개혁적 보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저와는 다소 다른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바라보던 분”이라면서도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