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신학대생 학자금 들여다보니] 신학대생들, 일반대생보다 경제적 형편 어렵다

입력 2017-05-22 00:01


장로회신학대와 총신대, 감리교신학대 등 국내 신학대생들의 경제적 형편이 일반대생에 비해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학생 1000명 미만의 중소 규모 신학대가 재정적 취약 계층이 두터운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일보는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입수한 ‘21개 신학대(하단 명단 참조) 재학생 2016년도 국가장학금 신청자 소득분위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재학생 3만 8000여명의 소득 수준을 분석했다. 정부 공식 통계로 주요 신학대생들의 소득 수준이 파악된 건 처음이다.

21개 신학대생 70% 국가장학금 신청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면 학생 가정의 재산과 소득 수준이 파악된다. 한국장학재단은 보건복지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부터 10분위까지 학생 가정을 11개 계층으로 구분해 국가 장학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월 소득과 아파트 자동차 토지 등 재산, 부채 자료를 통해 ‘월 소득 인정액’을 산출하는데, 2016년 1학기 기준 9분위 기준은 월 893만원 초과, 10분위 기준은 1170만원 초과였다. 9·10분위(고소득층)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신학과가 있거나 국내 주요 교단을 배경에 둔 21개 신학대 재학생 3만8032명 가운데 지난해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자는 2만6585명(69.9%)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1분위(차상위 계층 포함), 2분위 그룹 재학생은 10명 중 3명 꼴(30.5%)이었다. 고소득층으로 분류되는 9·10분위에 속해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이 아닌데도 신청한 이들은 10명에 1명 정도(11.0%)였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은 소득수준이 대부분 9분위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해 7월 국가장학금 실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2∼2015년 전국의 180여 대학 재학생 224만 여명의 국가장학금 신청율은 평균 64.2%였다. 21개 신학대생의 신청율보다 5.7%포인트 낮다. 또 신청자 중 가정형편이 넉넉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고소득층(9·10분위) 및 장학금 미신청자 비율은 58.0%로 21개 신학대생(41.1%)보다 16.9%포인트 높다.

중소 신학대생 형편 더 열악해

주요 교단을 배경으로 한 6개 신학대(장신·총신·감신·서울신학·한세·침신대) 재학생들의 경우, 일반대생들과의 경제적 격차가 더 심했다. 이들 가운데 국가장학금 신청자는 4명 중 3명 정도(74.0%)였고, 저소득층 비율은 34.8%를 차지했다.

21개 신학대 가운데 1000명 미만의 재학생을 둔 감신대 장신대 아세아연합신학대 칼빈대 등 중소 신학대 11곳의 국가장학금 신청율도 75.4%로 높았다. 저소득층 비율은 44.9%로 치솟았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소득 분위별 분포 등을 감안할 때 신학대생들의 경제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학대생들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유는 뭘까. 서울 지역 A신학대 학생처 관계자는 “신학대들의 경우, 목회자 자녀 비율이 일반대학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목회자 가정의 경제적 여건은 하위, 또는 차상위 계층으로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대전 지역의 B신학대 관계자는 “장학금 재원이 부족한 중소 신학대들은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부터 신청하라고 독려한다”면서 “신학대들의 취약한 재정도 국가장학금 신청률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21개 신학대 명단(가나다순)= 감리교신학대 고신대 나사렛대 대신대 대전신학대 부산장신대 서울신학대 서울장신대 성결대 성공회대 아세아연합신학대 영남신학대 장로회신학대 총신대 침례신학대 칼빈대 한국성서대 한세대 한신대 한일장신대 호남신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