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망을 이용해 수익을 얻고 있으니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SK브로드밴드)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국내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페이스북)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에 서버 설치비용을 내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해외 업체의 국내 이동통신망 사용료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망 사용료 문제는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 간 형평성 문제도 걸려 있어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최근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페이스북의 콘텐츠는 전 세계에서 오기 때문에 국내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외 망을 타고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통신망 용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통신사들이 국내에 캐시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추세다. 캐시 서버는 자주 이용하는 정보를 국내 서버에 저장해 이용자가 많아도 속도 저하를 막을 수 있다.
문제는 페이스북이 캐시 서버 설치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 망을 이용해 광고 수익을 얻고 있는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버 설치비용은 망 사용료에 포함된다. SK브로드밴드는 페이스북이 콘텐츠 전송 경로를 변경하면서 사용자 일부가 접속 장애를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에 수많은 이용자를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 사용자를 볼모로 비즈니스 협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어 국내 사업자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인터넷업체 관계자는 “만약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기업이 망 사용료를 무료로 해 달라며 서비스 속도를 늦추면 국내 사용자들은 갑자기 느려진 속도에 피해를 입게 되고 그 분야가 자율주행차라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글로벌 사업자들이 사용자를 내세워 독단적인 행태를 보일 경우 국가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망 중립성 원칙 폐기를 골자로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트래픽 발생량이 많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서비스를 하는 해외 사업자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아직 페이스북과는 협상 중에 있다”며 “사용자 피해가 없게끔 해외 망과 관련한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심희정 기자
공짜로 통신망 쓰겠다는 페북을 어찌하나
입력 2017-05-22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