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총 받던 혐오시설, 캠핑족 유혹하는 효자 되다

입력 2017-05-21 20:32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주최한 ‘제1회 국립하늘숲추모원 캠핑 페스티벌’에 참가한 캠핑 동호인들이 20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캠핑 페스티벌이 열린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국립하늘숲추모원 내 양평다목적캠핑장 전경.
울창한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공기와 숲 속을 흐르는 청정 1급수는 그 존재만으로 힐링이 된다. 잣나무 숲이 워낙 울창해 낮에는 따로 그늘막이 필요 없을 정도다.

피톤치드가 풍부한 공기를 마시며 숲길을 걷다보면 산책하는 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해가 지면 빽빽한 숲 사이로 반짝이는 별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숲속에서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별을 볼 수 있다.

울창한 숲에 어둠이 내려앉을 때쯤 캠핑의 운치는 더한다. 준비해온 재료로 만든 요리를 먹다 보면 인근에 자리 잡고 캠핑하는 이들의 모습까지 정겹게 느껴진다. 배를 채우니 복잡한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과 평온함이 느껴진다. 내 집 안방보다는 조금 불편하지만 집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일상을 벗어난 조용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에 위치한 국립하늘숲추모원(이하 추모원) 야영장은 퍽 독특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립 수목장림(산림에 조성하는 자연장지)과 맞닿아 있는 야영장이기 때문이다. 수목장림이 들어설 당시 인근 주민들이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야영장 덕분에 인기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추모원은 지난해 6월 야영장을 개장했다. 추모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지막한 산기슭을 따라 차로 3분 정도 가면 울창한 숲이 나온다. 넓은 대지와 잘 관리된 숲은 마치 수목원을 연상케 한다. 야영장에 들어선 순간 장사시설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깰 수 있다. 야영장은 계곡을 끼고 있어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수령 30년 이상의 잣나무가 가득한 숲이 울창하게 조성돼 있어 한여름에도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야영장은 총 3.6㏊의 면적에 취사도구와 텐트 등이 갖춰진 곳에서 안락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글램핑 10동 등 캠핑사이트 80개를 갖추고 있다. 또 맑고 깨끗한 지하수로 운영되는 야외 물놀이장, 취사장, 샤워실,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추모원을 위탁·운영하는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야영장 개장 1주년을 맞아 지난 20∼21일 1박2일간 제1회 국립하늘숲추모원 캠핑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페스티벌에는 추모원 이용 가족과 일반인 등 400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참가자들은 20일엔 추억의 보물찾기, 캠퍼 노래자랑, 캠핑 요리 콘테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겼다. 이튿날에는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도시락을 소외계층에 전달하고 마을주변 환경정화 활동까지 펼쳐 인근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김경원(40·세종시)씨는 “야영장이 추모원과 떨어져 있어 잘 가꿔진 수목원에 온 것 같다”며 “함께 온 친구들과 자연친화적인 수목장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장정숙(48·여·경기도 수원시)씨도 “나무가 울창하고 공기도 좋아 마음에 든다”며 “자녀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부대시설이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지역(양동면 계정3리) 주민들은 야영장의 운영을 맡으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야영장 수익금 일부가 마을 발전기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야영장 운영을 지역 주민에게 맡겼고, 지역 주민들은 마을공동사업 형식으로 이를 운영 중인데 주민 중 6명이 운영 실무를 맡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야영장에 몰려든 캠핑족에게 부추 등 지역 특산물도 판매하고 있다. 이 지역은 전체 작물 재배면적의 21%인 67만㎡에서 재배할 정도로 부추가 대표 특산물인데 매년 9월엔 축제(양동부추축제)도 개최한다.

주민들은 야영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계정3리 김창환(50) 이장은 “산림복지시설인 하늘숲추모원은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니라 마을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야영장 진입로 포장과 이정표 등 편의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야영장을 운영하는 이봉기(57) 마을공동사업대표도 “야영장은 국가에서 조성하고 마을에서 운영하는 민·관 지역상생 모델이 될 것”이라며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무처를 둔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국립산림치유원(경북 영주·예천)과 국립숲체원(강원 횡성·전남 장성·경북 칠곡), 하늘숲추모원(양평) 등 총 5개의 산림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김판석 산림복지진흥원 사무처장은 “이번 행사가 추모원이 산림복지시설로 국민에게 다가가고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야영장은 지역 상생발전을 위한 가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호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은 “산림청은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산림에서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전국 곳곳에 자연휴양림 등 시설을 조성해 생애주기별 산림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자연과 더불어 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잘 가꿔진 산을 건강하게 지키겠다”고 밝혔다.

국립하늘숲추모원은… 추모목 6300여그루 울창, 훼손 막으려 비석도 금지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에 자리 잡은 국립하늘숲추모원(이하 추모원)은 새로운 장묘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추모원은 산림청이 지난 2009년 5월 양동면 일대 국유림 48㏊에 조성했는데 크기는 축구장 48개 정도의 규모다. 추모목 6315그루(15구역)와 추모광장, 만남의 광장, 안내 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3월 기준 분양률은 58%로 올해 방문자 수는 5만명 정도로 예상된다.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지난 1월부터 오는 2021년 12월까지 위탁 운영한다.

자연 그대로의 산림으로 조성된 추모원에는 추모시설 설치가 허용되지 않아 제단이나 비석 등을 찾아볼 수 없다. 추모목에는 고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일자 등이 적힌 가로 10㎝, 세로 15㎝의 나무로 제작한 명패만 매달려 있다. 추모목 아래에는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진 낙엽이나 솔방울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숲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낙엽이나 솔방울 등이 조화를 대신하는 셈이다.

제례는 정해진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산림 훼손이나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추모광장에 합동 분양소가 마련돼 있다.

추모원에는 장의 차량도 진입할 수 없다. 언뜻 보면 추모원이 아니라 일반적인 수목원 같은 분위기다.

추모목은 주로 소나무나 잣나무, 굴참나무 등이다. 나무의 생장을 고려해서 추모목의 간격은 5m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추모목 평균 높이는 13.7m, 평균 굵기는 24㎝ 정도다. 4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추모목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경사(평균 경사 19도)도 완만해 아름다운 숲과 어우러져 등산과 산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추모목은 가족을 안치하는 가족목과 가족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하는 공동목이 있다. 가족목은 최대 10명까지 안치할 수 있다. 가족목 1그루의 관리비는 15년에 232만원으로 최장 6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산림청은 이런 형태의 국립 수목장림을 충남 서천군에도 조성하기 위해 추진 중이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양평=글·사진 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