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칼럼을 쓴 지 1년이 넘어가니, 1년 전과 비교하면 집안에서 나의 위상이 달라진 것을 확연히 느낀다. 매주 월요일자 칼럼이라서 원고를 써야 하는 주말이면 나는 어디에 있든 신문 원고 생각에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의 주말은 대부분 시댁 아니면 친정의 가족 모임에 가는 날이다. 시부모님도 친정 부모님도 한 도시에 살기에 한쪽 부모님만 자주 만날 수가 없다. 시부모님과 두 번 식사하면 친정 부모님하고는 한 번이라도 같이 식사하려고 횟수를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한 달에 네 번 있는 주말 중 세 번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 매우 놀란다. 결혼하여 독립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부모에게 매여 사느냐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고, 아직도 그렇게 부모님을 뵈러 주말마다 다니는 사람들이 있느냐는 것이다. 두 부류 모두 ‘아직도’라는 단어를 쓰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시부모님은 왜 두 번이고, 친정 부모님은 왜 한 번인가 하는 것이다. 꼭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시부모님이 너희 힘드니 오지 말라 만류해도 가면 좋아하지만, 친정 부모님은 일이 있으니 안 와도 된다고 잘라 말해서, 그냥 안 간다. 이것은 철저히 며느리 입장과 딸의 입장일 수도 있다. 아들이자 사위인 남편은 시댁이든 친정이든 가면 그냥 소파에 앉아 있다 차려주는 음식을 먹고만 오면 되는 사람이고, 나는 시댁을 가든 친정을 가든 함께 먹을 식사 준비를 어머님이나 친정어머니와 함께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덜 ‘일’하는 쪽을 택하게 되니, 안 와도 된다는 친정엄마 말을 믿고 싶을 뿐이다.
1년 전에는 주말 아침에 시댁이나 친정에 가기 전에 혹은 가지 않더라도, 주말 아침에 일어나 신문에 보낼 칼럼 원고를 써야 하는 내 앞에서 배고프다고 말하던 남자가 이제는 혼자 알아서 밥을 차려 먹고, 아이를 깨워 밥도 차려주고, 나에게도 먹으라고 볶음밥을 한 그릇 떠놔주든가, 과일도 잘라다 준다. 참으로 눈물겨운 변화가 아닐까 싶다.
글=유형진(시인), 삽화=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1년 동안 변한 것
입력 2017-05-21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