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 외국 기업에 매각을 꺼리는 일본 정부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에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 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19일 마감된 도시바 메모리 사업 2차 입찰에 약 1조엔(10조500억원)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도 참여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베인이 현재 도시바 경영진이 경영에 참여하는 경영자매수(MBO)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 메모리에 베인이 51%를 출자하고 나머지는 경영진과 도시바 메모리가 보유하는 형태다. SK하이닉스는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다.
최태원 회장이 도시바 인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등 SK하이닉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은 일본 정부의 태도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이 해외 기업에 인수되는 것에 반대해 왔다. 최 회장은 “도시바가 SK하이닉스와 협업을 원하는 범위 내에서 같이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찾아보겠다”면서 “기업을 돈 주고 사는 것보다 조금 더 나은 개념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인수보다 협력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위해서는 많은 금액보다는 일본 정부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주도하고 브로드컴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200억 달러를 제안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입찰 금액에 상관없이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를 끌어들이는 쪽이 승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베인이 INCJ에 출자를 타진해 주주로 참여하는 것을 제안할 방침이어서 도시바 인수의 유력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NCJ,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등도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컨소시엄 구성을 준비했으나 참여 기업이 적어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 입장에서는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매각을 완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가 될 수 있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때 협력관계였던 웨스턴디지털(WD)이 독점교섭권을 주장하며 매각 절차 중단을 국제중재재판소(ICA)에 요청하면서 매각이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WD가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반도체 베팅 성공할까
입력 2017-05-2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