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라이어’에는 국민연극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제작사인 파파 프로덕션이 붙인 것이지만 굳이 트집잡기는 어렵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연극이기 때문이다. 1998년 ‘라이어’라는 제목을 달고 공연된 이후 지금까지 ‘라이어 2’ ‘라이어 3’까지 포함해 전국에서 총 3만5000회, 누적관객수 500만명을 넘겼다.
‘라이어’는 영국 희극작가 레이 쿠니의 ‘당신의 부인을 위해 달려라(Run For Your Wife)’가 원작이다. 두 집 살림을 하던 남자가 가벼운 강도사건에 휘말리는 바람에 이중생활이 탄로날 위험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쉼 없이 이어지는 거짓말 속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라는 상황극 코미디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1983∼91년 런던 무대에 오르며 웨스트엔드에서 가장 오래 공연된 코미디로 기록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3년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들로 구성된 극단 한양 레퍼토리 씨어터가 ‘심바새메(심야에는 바바라, 새벽에는 메리)’라는 제목으로 처음 선보였다. 당시 무거운 정극이 주류를 이루던 대학로에서 이 작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1996년까지 매년 공연됐다. 설경구 권해효 안내상 우현 이문식 홍석천 등 지금은 스타가 된 배우들이 당시 이 작품을 거쳐갔다.
이후 파파 프로덕션이 원작자인 레이 쿠니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 뒤 1998년 1월 ‘라이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렸다. ‘라이어’는 개막하고 얼마 안돼 대학로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품으로 등극했고, 2000년부터는 오픈런(폐막일을 정하지 않은) 공연에 들어갔다. 지금도 대학로를 처음 찾는 사람들이나 연극 초심자들에게 적당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라이어’가 큰 인기를 끌면서 ‘라이어 2-그 후 20년’과 ‘라이어 3-튀어’도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두 작품 모두 레이 쿠니가 쓴 것이다. 2004년 국내 초연된 ‘라이어 2’는 ‘라이어 1’의 20년 후 이야기를 다뤘다. 돈가방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라이어 3-튀어’는 ‘라이어 1’과 이어지지 않지만 상황극 코미디의 형식 면에서 유사하다. 현재 세 작품 모두 오픈런으로 1일 3회 공연된다.
‘라이어’의 등장은 대학로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가난한 주류 연극계와 달리 자생력을 가진 ‘라이어’를 벤치마킹한 상업연극이 잇따라 등장한 것이다. 현재 ‘보잉보잉’ ‘옥탑방 고양이’ ‘죽이는 이야기’ 등 20여개에 이른다.
‘라이어’가 올해 20주년을 기념해 ‘스페셜 라이어’라는 이름으로 23일부터 7월 30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20주년 기념공연을 연다. 스타 배우들이 대거 나설 예정이라 관객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라이어’에 출연했던 이종혁 안내상 우현 홍석천 오대환 등과 함께 원기준 서현철 슈 신다은 나르샤 손담비 등 새로운 배우들이 번갈아가며 무대에 나온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연극 ‘라이어’, 500만이 본 국민연극… 대학로 상업극 열풍 원조
입력 2017-05-21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