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검찰에 인사 폭탄을 투하했다. 박근혜정부에서 내쳐졌던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검사를 파격 발탁하고, ‘돈봉투 만찬’의 당사자 2명을 좌천시켰다. 대통령의 인사권으로 검찰 인적쇄신을 강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도를 개혁한다는 구상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날 법무부 차관과 대검찰청 차장이 동반 사의를 표해 법무·검찰 지휘부는 완전 공백 상태가 됐다.
문 대통령은 우선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인 윤 검사 카드를 택했다. 대전고검 소속 검사(부장검사급)인 그를 검사장으로 승진시켜 검찰 내 넘버 2라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혔다. 이를 위해 고검장급이 맡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검사장급 보직으로 격하했다. 2005년 노무현정부가 고검장급으로 올렸던 것을 12년 만에 환원한 조치다. 강골 검사로 통하는 윤 신임 지검장은 2013년 10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도중 일어난 항명 파동 이후 한직을 맴돌다 특검팀 합류를 거쳐 검찰 수사 일선의 사령탑으로 복귀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현재 대한민국 검찰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 및 공소유지라고 생각한다”며 “(윤 지검장은) 그 점을 확실하게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감찰을 받게 된 이영렬(59·18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20기) 법무부 검찰국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채 각각 부산고검,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전보 조치했다. 2년 전 고검장으로 승진한 이 지검장은 검사장급 자리인 고검 차장으로 ‘강등’됐다. 검찰 인사·예산을 관장하던 안 국장 역시 말석 검사장 보직으로 밀려났다.
윤 지검장 중용이나 이 지검장 등의 좌천은 기수서열이 중시되는 검찰 인사에서 모두 초유의 일이다. 기존 검찰조직 문화와 인사 관행부터 흔들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돈봉투 만찬 사건 자체가 현재 검찰의 인사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검찰 개혁이라는 부분과 떼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예상 밖의 발 빠르고 파격적인 인사에 검찰은 할 말을 잃었다. “충격과 공포 수준” “생각도 못한 독한 인사” 등의 탄식이 흘렀다.
청와대는 또 고향이 광주인 박균택(51·21기)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검찰국장에 발령했다. 호남 출신 검찰국장 임명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6년 문성우 검찰국장 이후 처음이다. 윤 수석은 “검찰 개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배치했다”며 박 신임 국장이 향후 인적쇄신의 한 축을 맡게 될 것이란 뜻을 밝혔다.
청와대 인사 발표 직전 이창재(52·19기) 법무부 차관이 사의를 표했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퇴임한 이후 장관 직무대행을 맡아 왔다. 검찰총장 대행 업무를 수행한 김주현(56·18기) 대검 차장도 오후 6시30분 전격 사의를 밝혔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
靑의 ‘칼’, 檢 ‘수뇌부’를 자르다
입력 2017-05-19 17:45 수정 2017-05-19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