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세월호 3층에서 수습된 유해는 단원고 허다윤양으로 19일 확인됐다. 미수습자 중 처음으로 단원고 교사 고창석씨의 신원이 확인된 지 이틀 만이다. 치아와 치열을 분석한 결과로, 허양은 297번째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됐다.
허양은 교회 주일학교 어린이반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던 학생이었다. 유치원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아버지가 퇴근해 오는 길이면 환하게 웃으며 거의 매일 전철역으로 마중 나가기도 했다. 아버지의 모자가 멋있다며 아버지의 모자를 받아 수학여행을 떠나던 길에 참변을 당했다.
허양은 어렸을 때 교회 수련회에서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한 이후로 물을 싫어했다. 목욕탕에 가서 언니가 장난으로 물을 끼얹어도 화들짝 놀랄 정도였다. 허양 가족은 특히 물을 싫어하던 허양이 진도 앞바다에 잠들어 있을 생각을 하며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 허양의 어머니 박은미(47)씨는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지만 수술을 거부하고 딸을 기다려 왔다.
허양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낯을 가리고 얌전해 친구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존자들에 따르면 허양은 사고 당시 뒤늦게 나온 친구를 앞세워 헬기에 구조되게 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평소 허양이 양보심이 강한 성격이었다고 기억했다.
또 허양은 강아지 ‘깜비’와 노는 것을 좋아했다. 잘 때도 함께하고 언니랑 유원지로 산책 갈 때도 함께 갔다. 가족 외식이 있는 날이면 깜비가 혼자 있는 게 걱정된다며 자신은 안 간다고 한 적도 많았다. 깜비와 노는 것 외에는 가끔 용돈이 생겼을 때 언니와 옷을 사러 가기를 좋아했다.
이날 오후 목포신항에서 수학여행을 떠난 지 1129일 만에 딸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허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치아는 확인됐는데 아직 다른 부위는 확인이 안 돼 온전히 찾기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미수습자를 다 찾아야 하는데, 모두 함께 손잡고 돌아와야 하는 건데…”라며 다른 미수습자 가족을 걱정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는 “누구 하나 홀로 남겨지게 하지 말고 다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함께 집에 돌아가자고 다른 가족들과 약속했다”면서 “세월호가 3년 만에 인양된 기적이 일어났듯 9명 모두 찾는 기적이 우리에게 또다시 찾아올 거라 굳게 믿는다”고 했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지난 16일 세월호 3층 객실 중앙부 우현에서 수습된 유골의 치아와 치열을 감정한 결과 허양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법의관이 치아와 치열을 육안과 X선 검사를 통해 분석하고 미수습자의 치과진료기록부, 치과 X선 사진 사본 자료와 비교했다. 이에 DNA 분석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수습본부가 2명의 신원을 공식적으로 확인함에 따라 미수습자는 7명이 됐다. 남은 미수습자는 안산 단원고 학생 남현철·박영인군, 조은화양, 양승진 교사와 일반 승객 권재근·혁규 부자, 이영숙씨다.
세종=유성열 기자, 목포=김영균 기자 nukuva@kmib.co.kr
구조도 친구에게 양보한 다윤이… 이제야 엄마품에
입력 2017-05-19 18:55 수정 2017-05-19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