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을 다루려면 저널리즘 지식, 사회학적 접근뿐 아니라 성직자 같은 순수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빤한 참사 문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철학적인 태도가 요구되지요.”
201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9)는 한국 작가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2017년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처음 내한한 그는 19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기자 출신인 그는 전쟁, 원전 사고 등 참사 현장에서 비극을 겪은 수많은 개인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독특한 다큐 문학을 선보였다. 일명 ‘목소리 문학’이다. 그의 문학 방식은 참사 3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세월호 문학’을 선보이지 않는 한국 작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등 작품마다 집필 기간이 5∼10년 걸렸다고 했다. 책마다 200∼500명을 인터뷰했다. 그는 “5년은 준비해야 어떤 식으로 줄거리를 잡을지 감이 온다”고 했다. 또 “인터뷰를 추릴 때 선별기준은 없다. 다만 저술 원칙은 진실 그 자체다. 독자를 즐겁게 하기 위해 책을 쓰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비법을 묻자 “특별한 기술은 없다. 속마음을 끌어내고자 한다. 그래서 인터뷰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고 오히려 대화를 나눈다는 게 맞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40년 가까이 써온 자신의 문학세계를 “위대한 이념 속에서 사는 ‘작은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영웅들이 아니라 작은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었어요. 국가는 작은 사람들을 이용하고 그들을 죽고 죽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입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아픔이 있는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
글=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세월호, 문학으로 다루려면 철학적 태도 필요”
입력 2017-05-19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