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정과에 손편지까지… 김정숙 여사도 ‘협치’ 내조

입력 2017-05-20 05:01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9일 청와대 오찬 회동에 참석한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손수 만든 인삼정과를 그릇에 담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 여사가 원내대표들에게 줄 편지를 쓰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간의 19일 오찬은 장소와 격식 등 여러 측면에서 파격을 연출했다. 대부분 탈(脫)권위와 국회 지도자들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었다. 오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가운데 예정보다 40여분을 넘겨 오후 2시14분쯤 끝났다.

오찬은 청와대 경내 상춘재에서 열렸다. 상춘재는 외국 귀빈 초청 행사 등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건물이다. 여야 지도자들을 ‘귀빈’으로 대접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들이 도착하기 전 미리 상춘재 앞까지 나와 원내대표들을 맞이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회 대표단이 먼저 모여 대통령을 기다리던 과거와 달리 대통령이 먼저 (국회 대표단을) 기다리고 일일이 영접했다는 점도 대단한 파격”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먼저 도착한 인사가 대통령과 차담(茶啖)을 나눌 수 있게 상춘재 앞마당에 간이 테이블도 설치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들은 기념촬영을 한 뒤 오찬장으로 이동했다.

오찬장에는 상석(上席)이 없는 ‘원형 테이블’이 마련됐다. 취임 후 처음으로 여야 원내대표들을 만나 협치를 모색하는 만큼 좌석으로 지위 고하를 따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참석자들은 청와대 행사에서 관례적으로 가슴에 부착하던 이름표도 달지 않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에 모든 참석자가 이름표를 다는 관행을 재검토해보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날 오찬부터 그 뜻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식으로 진행된 오찬 주메뉴는 통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이었다. 참석자들은 식사를 마친 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손수 준비한 인삼정과를 후식으로 먹었다. 인삼정과는 김 여사가 직접 인삼, 꿀, 대추즙을 10시간가량 졸여서 만들었다. 김 여사는 인삼정과를 ‘협치’를 의미하는 조각보에 담아 직접 쓴 손편지와 함께 5당 원내대표들에게 내놓았다. 손편지에는 ‘귀한 걸음 감사하다.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하자’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