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선언’ 만든 법무부 차관의 씁쓸한 퇴장… 돈봉투 파장속 이창재 차관 사의

입력 2017-05-20 05:03

19일 사의를 표한 이창재(53·왼쪽 사진·사법연수원 19기) 법무부 차관은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로 시작되는 검사 선서를 지은 주인공이다. 2009년 3월 대통령령으로 검사 선서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신임 검사들은 임용 때 이 선서문을 낭독한 뒤 서명해 보관하게 됐다. 명문으로 꼽히는 선서문이지만, 정작 이 차관은 “문안 구상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 차관은 전국이 국정농단 사태로 들끓던 지난해 11월부터 법무부 행정을 총괄해 왔다. 김현웅(58·16기) 법무장관이 최순실 게이트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한 뒤 그는 대통령 탄핵심판,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대통령 선거까지 중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돈봉투 만찬 파문의 여파로 사의를 표하게 된 게 외려 엉뚱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가 법무부를 이끌며 마지막으로 수행한 일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만들고, 법무부 핵심 간부를 포함한 요직들을 좌천시키는 인사안을 청와대와 조율하는 일이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형식적으로나마 제청을 한 뒤 공직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이 아니겠냐고 법무부 안팎에서는 이야기했다.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된 박균택(51·오른쪽 사진·21기) 대검찰청 형사부장(검사장)은 수사와 법무 행정을 두루 겸비한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최근까지 대검에서 음주 교통사고 사건 처리기준을 강화하는 등 민생과 연결된 형사사건 처리방안 개선에 힘썼다.

광주 대동고를 졸업한 그는 인사 발표 직후 호남 출신 인사라는 점이 회자되기도 했다. 검찰 내 빅2 중 하나로 꼽히는 검찰국장 자리에 호남 인사가 기용된 건 2006년 문성우(60·11기) 전 법무부 차관(현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이 마지막이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