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가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특검 지명에 대해서도 불편한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중단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No),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내 대선 캠프와 러시아 사이에 어떤 내통도 없었다. 제로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회견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합동 회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한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나타난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의 전날 특검 수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자신의 의혹을 수사할 특검으로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을 지명한 데 대해 “미국을 끔찍하게 망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탄핵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데 대해선 “내통은 없었다. 내 완전한 우선순위는 미국이다. 믿어 달라”면서 “나라가 매우 분열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미를 해임한 것에 대해선 “일을 아주 엉망으로 했기 때문”이라며 “(코미가) 많은 이에게 인기가 없었다. 나는 법무부 차관으로부터 매우 매우 강력한 (코미 경질) 권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기 FBI 국장에 조 리버먼(사진) 전 상원의원이 유력하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고 답하며 임명 시점이 “매우 가깝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통 의혹에 관한 질문이 계속 이어졌지만 더 이상 답변하지 않고 “다음 질문”이라고 외치며 일방적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기자회견 전 뉴스 앵커들과 가진 오찬에서도 “(러시아 내통 의혹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핑계’로 매우 매우 부정적”이라고 비난하며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재차 “(특검이) 나라를 끔찍하게 해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우리에게는 무역 협상과 군사, 핵 중단 등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트위터 글을 통해서도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운동과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그토록 많은 불법 행위에 대해선 단 한 명의 특검도 임명된 적이 없다”고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팀을 소집해 특검 수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는 자신의 기업 변호사인 마이클 코헨과 도널드 맥간 백악관 법률고문 등을 불러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맥간 고문은 추가적으로 곤경에 빠지는 상황을 막으려면 특검 관련 발언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트럼프에게 ‘입단속’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트럼프 “특검이 나라 끔찍하게 해칠 것”
입력 2017-05-19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