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서 “삼성, 합병 위해 소액 주주 회유” 증언

입력 2017-05-19 18:52 수정 2017-05-19 21:03
삼성물산이 주주였던 일성신약에 “신사옥을 무상으로 지어주겠다”며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찬성해 달라고 은밀하게 제안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특검 측은 “삼성이 일성신약 등 소액주주를 접촉해 사실상 돈으로 매수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고, 이에 대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삼성 측은 “일성신약이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심에서 조정 화해를 끌어내기 위해 근거 없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19일 열린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재판에 일성신약 채권관리팀장 조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조씨에게 “삼성물산이 합병에 찬성하는 조건으로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에게 은밀한 제안을 해온 걸 알고 있느냐”고 묻자, 조씨는 “윤 회장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며 증언을 시작했다.

조씨는 “당시 회사 신사옥을 건립할 예정이었는데, 삼성물산 이모 부사장이 윤 회장에게 ‘합병에 찬성하면 (신사옥) 건설을 삼성물산이 해주되 비용을 받지 않겠다’고 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회장님은 말도 안 된다며 거절한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 아들인 일성신약 윤석근 대표도 증인으로 나와 “2015년 김종중 당시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이번 합병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란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삼성은 크게 반발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일성신약은 9개월간 1심 소송을 하면서 법원에 이 내용을 한 번도 말하지 않다가 항소심에서야 진정서에 언급했다”며 “신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윤 대표 증언에 대해서도 “경영권 승계 개념이 너무 모호하다”며 “삼성물산 합병 여부에 따라 이 부회장 승계가 결정되는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한편 특검팀은 22일 열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재판에 김희범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강제 구인하기로 결정했다. 특검 기소 사건 중 첫 강제 구인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