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2주년… “중동 방문 후 열 나면 ‘1339’ 전화하세요”

입력 2017-05-20 05:01

지난달 1일 사업차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A씨(57)는 카타르를 경유해 5일 오후 5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입국과 동시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증상 발생 시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로 신고해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던 그는 비행기 문 앞에서 검역관으로부터 직접 체온 검사를 받았다. A씨의 체온은 36.4도로 정상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열이 났다. 다음 날 아침에도 열이 내리지 않아 해열제를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날 아침 다시 1339 신고안내 문자 메시지가 왔다. A씨는 오전 11시58분 콜센터에 신고했다.

질본은 지난해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된 200명 중 A씨처럼 1339 또는 보건소로 직접 신고한 경우가 70명(35%)에 그친다고 19일 밝혔다. 공항 입국자 검역으로 발견된 환자는 49명(24.5%)이었고 의료기관에서 진료 중 신고된 환자는 81명(40.5%)이었다.

메르스 잠복기는 보통 14일로 공항에서 실시하는 입국 검역에서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의료기관에서 신고가 이뤄진 경우는 병원 등 해당 의료기관에서 메르스 전염이 있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중동 지역 방문 후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는 의료기관을 찾기보다 1339나 보건소로 바로 전화하는 게 좋다.

일부는 질본에 신고하는 데 겁을 먹는다. 하지만 신고 이후 매뉴얼대로 이뤄지는 절차를 보면 안심해도 된다. A씨의 경우 오히려 폐렴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었다.

A씨가 콜센터에 통화한 직후인 낮 12시35분 보호복을 착용한 보건소 직원이 그를 찾아왔다. 직원은 A씨의 체온과 귀국 후 그가 만난 접촉자들을 확인해 역학조사서를 작성했다. 역학조사서는 곧바로 역학조사관과 질본 상황실로 전달됐다.

역학조사관은 A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판단했다. 질본은 검역정보시스템으로 A씨가 해외 의료기관 등을 방문한 이력 등을 확인했다. 오후 1시40분에는 격벽이 설치된 구급차가 A씨 집으로 찾아와 그를 지역의 한 대형병원 음압격리병실로 30분 만에 이송했다. 신고 이후 음압격리병실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가량 숨 가쁘게 흘렀다.

A씨는 격리병실에서 흉부 X선 긴급촬영을 받았다. A씨의 혈액과 침 등은 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내졌다. 음성, 즉 메르스 감염이 아니라는 1차 검사 결과가 오후 7시35분 A씨에게 통보됐다. 다만 폐렴 소견이 있어 48시간 후 2차 검사를 받았다. 재검에서도 음성이 확인되자 8일 오후 7시 격리 해제됐다. A씨는 일반병실에서 폐렴 치료를 받은 후 13일 퇴원했다.

질본 위기대응총괄과 김한숙 서기관은 메르스 의심환자가 방문한 두세 번째 의료기관에서 메르스 의심신고를 하는 경우 가슴이 철렁한다. 첫 번째 기관에서 메르스 의심 인지를 못해 신고를 놓쳤다는 얘기다. 실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였다면 2015년 메르스 사태를 재현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서기관은 “메르스 의심환자임에도 중동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메르스 검역을 위해 시민과 의료기관의 조기 인지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환자 본인이 직접 1339나 보건소에 신고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