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은 심장 기능 저하로 체내대사에 필요한 양의 혈액을 몸의 주요 장기에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다. 심장 자체 혈액공급 문제(관상동맥 질환), 심장근육 손상(심근염·원발성 확장성 심근병증), 심장 부하증가(고혈압성 심질환 또는 판막질환) 등 다양한 심장질환 진행 과정으로 생기는 총체적 결과이자 심장에 영향을 주는 질환의 마지막 단계다. 대한심장학회 심부전연구회 홍석근 보험이사(세종병원 심장내과)는 “이러한 상태가 정지된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자체가 진행성으로 지속해서 악화된다는 점이다.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사망률 높은 심부전=심부전은 심혈관계 질환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전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이나 심근경색 환자 5년 생존율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국내에서도 심부전의 사망률은 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보다 높다. 홍 이사는 “심부전 환자들은 반복적인 입원과 장기치료를 되풀이한다. 심부전으로 입원한 환자들은 기존 치료제 사용에도 불구하고 퇴원 후 6개월 이내에 약 4명 중 1명에서 재입원한다”며 말했다. 홍 이사는 심부전 입원 치료 뒤 퇴원한 환자 약 5명 중 1명은 90일 이내, 3명 중 1명은 1년 이내에 재입원한다는 최근의 대규모 관찰연구를 제시했다.
문제는 반복적인 입원과 응급실 방문이 환자와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홍 이사는 “국내에서 심부전으로 사용되는 의료비의 65%가 입원비용이다. 질병관리본부 심부전 등록 연구사업 결과, 심부전 평균 1회 입원비용이 770만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또 하나 심부전은 60대 이상 인구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어, 고령화사회에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심부전 심각성 인정, 신약 보험급여는 반려… 엇박자 정책=심부전과 관련 보건복지부는 최근 심뇌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심부전을 심뇌혈관질환으로 새롭게 포함시켰다. 이는 심부전에 의한 사회·경제적 부담 가중이 전망돼,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과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학계 의견을 수렴한 조치다. 그러나 최근 15년만에 개발된 심부전 치료 신약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급여 결정이 두 차례 반려돼, 정부 방침과는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약평위의 약제 요양급여 대상여부 선별 기준은 ‘임상적으로 유용하면서 비용효과적인 약제로 제외국 등재여부, 등재가격 및 보험급여원리, 보험재정 등을 고려해 수용 가능하다고 평가하는 경우’로 명시돼 있다. 따라서 신약이 임상적 효과와 비용효과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과의 가격 협상을 진행하면 된다. 그러나 심부전 신약은 현재 급여 자체가 반려됐다. 이와 관련 국가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은 인정했지만, 환자 신약 접근권을 차단해 손발이 따로 논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홍석근 이사는 “정부가 국가 장기과제로 법률에 심부전을 포함시킨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 하지만 심부전 연구회를 포함한 심장학계에서 여러 소견서를 통해 밝혔듯이 새로운 심부전 약제의 보험급여를 열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부전 치료 시 실질효과를 발휘하는 치료법 관련 객관적 기준으로 홍 이사는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률 및 전체 사망률 감소를 통한 수명연장 ▶이환 상태 개선을 나타내는 유일한 객관적 지표로 평가되는 재입원률 감소 두 가지를 꼽았다. 홍 이사는 “이 기준에 따라 사용 승인 및 보험급여가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교감신경계 베타 수용체길항제 등의 치료약제와 삽입형 제세동기, 수술치료법 심장이식 등이 이 기준에 부합된다”고 설명했다
또 홍 이사는 “2000년대 접어들어 심부전 예후효과를 개선시키는 새 약제의 추가 개발이 벽에 부딪혀 한동안 신약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5년 새로운 약제가 개발됐다”며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이미 효과가 입증된 약제 사용에 더해 추가 개선효과를 보여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약은) 우수한 약제”라고 평가했다. 홍 이사는 “약제 사용승인 기준은 환자가 얻는 이익이 사용에 따른 위험을 넘어서는 위험-수익이 탁월한 치료법을 입증해야 한다. 안정성이 입증된 약제라면 비용 대비 이익분석이 탁월한 약제가 우선 보험급여화돼야 한다”며 새 심부전 약제의 보험급여가 환자 치료와 질환 예방에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심부전증, 심각성 알면서 신약급여 왜 외면하나
입력 2017-05-21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