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상도 오는구나” 문 대통령 거론 4인 유족들 ‘37년만의 희망가’

입력 2017-05-18 18:24 수정 2017-05-19 01:26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네 명의 열사를 언급하는 모습을 본 열사의 가족과 친척들은 “이런 세상도 오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헬기사격을 포함한 발포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고(故) 박래전씨의 형 박래군(56)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이날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 정부 행사에 처음으로 공식 참석했다. 박래전씨는 경기도 화성 출신으로 82년 숭실대 국어국문학과 입학했다. 고인은 1988년 숭실대에서 “광주는 살아있다”고 외치며 분신 사망했다.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안장돼 있다. 형 박 이사는 동생의 이름을 문 대통령이 언급할지는 사전에 몰랐다고 했다. 그는 그 대목에서 “국가에 인정받고 있고, 위안을 받는 것 같아 든든한 기분이었다”며 “역사 속에서 (동생이)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겠다는 희망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기념식 첫 공식 초대권이) 변화의 시작을 의미하는 표식 같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헬기사격이나 발포 진상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88년 서울 명동성당에서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투신 사망한 고 조성만씨의 아버지 조찬배(81)씨는 전북 전주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기념식을 보다 아들 이름을 들었다. 그는 “아내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착잡하면서도 기쁘더라. 부인을 보니 눈물이 났다. 만감이 교차했다”며 “대통령이 (아들을) 기억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세상이 나아졌구나, 발전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북 김제 출신인 고 조성만씨는 전주 해성고에 입학한 해인 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겪었다. 고인은 84년 서울대 자연대 화학과에 입학한 후 명동성당 가톨릭민속연구회에서 활동했다. 87년 6월 항쟁 당시 명동성당 등지에서 전두환 정권에 맞서 싸웠다. 이듬해 5월 명동성당 교육관 옥상에서 5·18 기념행사를 준비하던 중 할복 투신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항쟁 진상규명을 위해 40일간 단식을 하다 82년 옥사한 고 박관현씨 이름을 가장 먼저 불렀다. 고인의 사촌동생 박관우(50)씨는 “새 정부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고 약속했는데, 오늘도 열사들의 이름을 언급해 현장에서 눈물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고 박관현씨는 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탁월한 연설 실력과 지도력으로 광주시민들 사이에 무등의 아들이라 불렸다. 검찰이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아 대정부 투쟁을 벌인 인물 중 한 명으로 그를 지목하면서, 피신생활을 하다 82년 4월 서울의 한 스웨터 공장에서 붙잡혔다. 그는 교도소에서 양심수 처우 개선과 광주항쟁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다 사망했다.

문 대통령은 신흥금속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던 고 표정두씨도 언급했다. 그는 87년 3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근처 하적장 부근에서 등유를 몸에 끼얹고 불을 붙인 뒤 “광주사태 책임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분신 당시 가방 속에는 ‘장기집권 반대’라고 쓰인 쪽지와 신문뭉치 등이 들어 있었다.

윤성민 임주언 오주환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