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주요국 특사단과의 오찬에서 “새 정부는 피플파워로 출범한 정부라는 의미를 강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 문희상 일본특사,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사드(THAAD) 배치와 위안부 합의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잇단 강경발언은 다음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7월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외교무대를 겨냥한 협상 지렛대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 50여일 안에 핵심 상대국인 미·일을 대상으로 한 외교안보 노선의 운명이 결정되는 셈이다.
현재 사드 배치와 위안부 협상은 문재인정부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공조가 필수적이지만 사드 배치 문제는 첨예한 갈등 소지를 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말 협상이 시작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도 초강경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도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국내 반발 정서가 크고, 재협상을 하자니 외교 프로토콜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특사 파견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쏟아진 정부·여당의 강경 목소리는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카드로 보인다. 특히 2003년 국내 반발 여론이 극심했던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 상황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3년 노무현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지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저서 ‘칼날위의 평화’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를 막기 위해 노력했고, 군사적 옵션을 제거한 뒤엔 미국의 숙원사업이던 이라크 파병을 전향적으로 검토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해 9월 29일 한·미동맹 50주년 기념 만찬에서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내가 파병을 결정하면 지지층의 절반이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그리고 파병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치적으로 나의 반대자”라고 토로했다. 그리고 국내 반대여론 등을 지렛대 삼아 전투병이 아닌 평화재건부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관철시켰다.
문재인정부 역시 이와 ‘판박이’ 상황을 겪고 있다. 북핵 기술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됐다. 부시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도 대북 강경책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 우선주의를 중심으로 배타적 정책을 펴고 있어 우리 정부는 훨씬 운신의 폭이 좁은 상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민족주의 노선을 강화하며 우리의 외교안보 및 경제적 대응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문 대통령이 특사단에게 ‘피플파워’를 말한 건 상대국에 우리의 상황 변화를 이해시켜 달라는 뜻”이라며 “이전 정권이 합의했다고 하지만 우리 상황이 너무 변해 있고, 국민의 뜻에 의해 만들어진 정권이기 때문에 여론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50일 협상 무대’… 文정부 외교안보 노선 가른다
입력 2017-05-1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