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을 시작으로 중동 유럽 순방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순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해 아랍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건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보도했다. 기구는 중동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공격을 차단하고 이란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를 중심으로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중동 질서를 재편하려는 속내를 품은 것으로 보인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사우디 정부의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국방장관 겸 제2왕위 계승자는 지난해 미국 대선 직후부터 대표단을 꾸려 안보기구 창설을 놓고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다.
아랍판 나토 구상은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전임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앙숙인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하면서 중동에서 입지가 불안해졌다. 트럼프 정부를 등에 업고 이란을 제압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미국은 사우디를 내세워 지역 안보의 부담을 줄이고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정조준하려는 뜻을 전했다고 알려졌다.
사실 아랍판 나토는 수년간 입에 오르내려온 구상이다. 사우디는 그때마다 계획을 환영한 반면 미국은 공식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적이 없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랍판 나토 구상이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 기조인 국가 영향력 확대, 안보와 군비에 대한 부담 감축, 일자리 창출 3가지 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에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판 나토의 초기 회원국으로는 사우디 외에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등이 거론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기구를 조직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라엘이 합류할 의사가 있는지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류한다면 직접적인 군사 지원이 아닌 정보 공유 등의 형식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아랍판 NATO’ 트럼프 창설 구상
입력 2017-05-18 18:40